2025년 12월 15일(월)

기술 가르쳐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거액들여 한국 온 베트남 청년들...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

'코리안 드림'이 악몽으로


"한국에서 용접 기술도 배우고 조선소에 취업할 수 있다"는 달콤한 약속. 이 말 한마디에 베트남 청년들은 4~5년 치 월급에 해당하는 거액을 모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꿈과는 너무나도 다른 현실이었습니다.


인사이트SBS


지난 22일 SBS에 따르면 한국에서의 노동 착취를 토로한 20대 베트남 청년 2명은 최근 자신들을 기만하고 노동 착취를 일삼은 직업훈련 시설 관계자들을 고소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베트남 현지 유학원은 이들에게 한국에서의 화려한 미래를 약속했습니다.


용접 기술을 배우고 조선소에 취업할 수 있다는 말에 이들은 학원비, 기숙사비, 이탈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무려 2,000만 원 가까이 지불했습니다.


이들에게 2,000만 원은 선뜻 내기 어려운 돈입니다.


피해자 A씨는 SBS에 "우리한테는 매우 큰돈이다. 4~5년은 걸려야 벌 수 있는 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악몽으로 변한 현실


하지만 기대는 곧 악몽으로 변했습니다. 브로커에 이끌려 처음 도착한 곳은 김해의 한 직업학교였습니다.


시설은 열악했고 제대로 된 교육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들은 불과 3개월 만에 목포의 한 공장으로 보내졌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처음인데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한국어도 모르니까 힘들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위험한 작업 현장에 투입됐던 것입니다.


이는 체류 기간 6개월이 지나야 현장 실습을 허용하는 기술연수 비자 관련 지침을 명백히 위반한 것입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안전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작업장에 투입된 이들은 일하다 다치기 일쑤였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약속받았던 200~300만 원의 월급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학교로 돌아가 교육을 받고 싶다고 사정해도 돌아오는 것은 협박뿐이었다고 합니다.


A씨는 비자 연장 서류들로 협박당해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직업학교 측 관계자와 주고받은 대화에는 '현장을 이탈할 경우 비자를 취소하겠다', '업무 방해로 고소하겠다'와 같은 내용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심지어 비자 연장에 필요하다며 400여만 원을 추가로 요구해 이를 지불했지만, 비자는 연장되지 않았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Netflix '오징어게임'


결국 공장을 탈출한 이들은 국내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여성가족부 산하 중앙인신매매 피해자 보호 기관에 구제를 요청했고, 이 기관은 이들을 노동 착취에 따른 인신매매 피해자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조선업 분야에서 인신매매 피해자가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BS는 직업학교 측에 수차례 해명을 요청했지만,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이들과 함께 입국했던 다른 베트남 연수생 7명도 피해 구제 절차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사건은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 처우와 관련된 제도적 허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술 연수라는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노동 착취와 인권 침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네이버 TV 'SBS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