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얕은 물 다이빙, 경추 외상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져
제주지역에서 발생하는 경추 외상 환자 10명 중 약 1명은 수심이 얕은 항구나 포구에서 다이빙을 하다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더운 여름철 물놀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중요한 연구 결과다.
대한신경손상학회가 발행하는 한국신경손상저널에 따르면, 23일 제주한라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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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부터 2024년 9월까지 9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제주한라병원외상센터에서 치료받은 경추 외상 환자 353명 중 34명(9.63%)이 수심 1.5m 이하의 얕은 물에서 다이빙하다 목뼈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러한 사고는 여름 휴가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월별 발생률을 살펴보면 7월 28.6%, 8월 31.4%로, 두 달이 전체 사고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30.6세(15~54세)였으며, 남성이 97.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음주 다이빙과 얕은 수심이 주요 위험 요인
연구팀이 삼투압 차를 통해 알코올 섭취 여부를 측정한 결과, 환자 중 14.7%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다이빙을 한 것으로 의심됐다. 이는 음주 상태에서의 무모한 행동이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사고 발생 장소는 해변이나 항·포구 등 실외가 64.7%, 목욕탕이나 실내수영장 등 실내가 35.3%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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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고는 수심 1~2m의 얕은 물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실제 사례를 보면, 지난해 6월 31일 제주시 한림읍 월령포구에서는 50대 남성이 수심 1.5m 깊이의 바닷속으로 다이빙하다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사지가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또한 같은 해 7월 15일에는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인근 갯바위에서 20대 남성이 술을 마신 상태로 수심 1m에 불과한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연구팀은 "역학적 관점에서 볼 때 다이빙으로 인한 척수 손상 환자의 75% 이상이 30세 미만이고, 6~9월 사이에 발생 빈도가 상당히 증가한다"며 "사고 발생 전까지 부상 가능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등 부주의한 행동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이빙으로 인한 부상은 척추에 심각한 외상을 입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일부 사망자는 사후 조사 없이 익사 사망으로 보고되기 때문에 다이빙과 관련된 척추 부상의 실제 발생률은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해양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6월 16일까지 제주 연안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총 347건으로, 이 중 73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추락 익수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7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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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사고는 '추락 익수' 사고에 포함되지만, 별도로 집계되지는 않고 있어 정확한 통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