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 화장품' 유명 브랜드로 둔갑, 79억원 규모 짝퉁 유통 일당 적발
해외 유명 브랜드 화장품이 정상가보다 7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된다면 가짜 제품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허청 상표특별사법경찰은 사실상 '맹물'에 가까운 가짜 화장품을 해외 유명 브랜드의 병행 수입 제품으로 속여 대규모로 유통한 일당을 검거했다고 20일 밝혔다.
신상곤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이 19일 정부대전청사 1층 기자실에서 홈쇼핑 협력업체 등에 짝퉁 화장품을 공급한 일당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스1
상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도매업자 박모(42)씨 등 4명은 2023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SKⅡ, 키엘, 에스티로더 등 해외 명품 화장품 브랜드의 짝퉁 제품을 정품인 것처럼 속여 8만7000여 점(정품 가액 79억원)을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특허청은 이들이 홈쇼핑에 납품하려고 경기도 일원의 창고에 보관 중이던 가짜 화장품 4만여 점(정품 가액 14억원)도 압수했다.
정교한 위조로 전문가까지 속인 조직적 범행
이들은 용기, 라벨, 포장 등을 매우 정교하게 제작해 일반 소비자는 물론 화장품 전문 유통업자와 홈쇼핑 협력업체까지 속이는 데 성공했다.
범행은 지난 3월, 가짜 화장품을 정품으로 알고 인수받아 해외로 수출하려던 유통업자가 제품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발각됐다.
일당은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신상곤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이 19일 정부대전청사 1층 기자실에서 홈쇼핑 협력업체 등에 짝퉁 화장품을 공급한 일당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스1
박씨는 해외 영업 활동과 수입 총괄을 맡았고, 나머지 일당은 수입 관련 서류 작성과 국내 유통을 담당했다.
이들은 "병행 수입 제품이라 저렴하다"며 정품 가격의 30% 수준으로 가짜 화장품을 판매해 총 21억원 상당의 불법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맹물' 수준의 가짜 화장품, 소비자 안전 위협
성분 분석 결과, 가짜 화장품에서 유해 성분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주요 원료나 내용량이 기준치에 크게 미달되는 '맹물'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SKⅡ 에센스의 경우, 미백 효과를 위한 핵심 기능성 원료인 나이아신아마이드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특허청 신상곤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유해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더라도 가짜 화장품은 제조 및 유통 과정에서 품질 검사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국민의 안전 및 건강을 위협하는 위조 상품을 근절하기 위한 기획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