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대교 산책하던 김철욱(43)씨, 한강 투신하려던 학생 구조
수능 성적을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려던 고3 수험생을 구한 평범한 가장의 사연이 전해져 누리꾼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29일 조선일보는 지난 22일 오전 4시께 동호대교를 산책하던 중 대교 남단에서 북단 방향 중간지점에 대교 난간을 넘어 매달려 있는 학생을 구조한 시민의 사연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남 통영에서 누수 탐지사로 일하는 김철욱(43)씨는 서울 현장 출장을 위해 서울 성동구에 있는 부모님 댁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어린 시절 한강 변에서 거북이를 잡던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난 김씨는 "이상하게 그날따라 동호대교로 산책을 가고 싶었다"며 이른 아침 동호대교를 찾은 이유를 밝혔다.
그렇게 동호대교를 산책하던 김씨는 4시 30분께 전방 수십m에 있는 검은 물체를 발견하게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씨는 검은 물체가 사람일 거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으나, 순간 철제 난간을 넘어 매달리는 검은 물체의 모습을 보고 투신을 시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곧장 그에게 다가가 난간을 잡은 두 손을 끌어 올린 김씨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앳된 얼굴의 소년을 마주하게 됐다.
김씨에 따르면 투신하려던 18세 소년은 지난 14일 응시한 수능 성적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를 이뤄내지 못했고, '너한테 투자한 학원비가 아깝다'며 혼을 내는 부모님에게 죄송한 마음에 이 같은 선택을 하려고 했다.
'물에 떨어지면 안 아프게 죽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주하고 있는 지방의 한 도시에서 무작정 동호대교로 왔다는 소년의 말에 김씨는 "잘못 떨어지면 죽지도 않고 아프기만 하다. 목욕탕 물에 떨어져도 아프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한 번 목욕탕 가서 시험해 보라"며 농담을 건넸다.
김씨는 자신의 농담을 듣고 그제야 미소를 띄는 학생에 모습에 안심하면서도 "고작 18살이고, 인생에서 한 번 꺾여본 것뿐"이라며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후 무사히 귀가한 소년은 김씨에게 별도로 연락해 "새로운 삶을 살겠다.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 27일 김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김씨는 "그 상황에선 누구라도 구조를 했을 것. 학생이 앞으로 잘살아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