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에 올해도 어김없이 '얼굴없는 천사'가 행복이 가득한 주머니를 들고 찾아왔다.
2000년에 시작된 그의 선행이 16년째인 올해도 이어져 세밑을 훈훈하게 달구고 있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는 30일 "오늘 오전 10시께 40∼50대 목소리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성금기부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전화를 받은 직원 정모씨에 따르면 이 남성은 "주민센터 뒤 공원 가로등 쪽 숲 속에 돈을 놓았으니 가져가시고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짤막한 말만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이 황급히 밖으로 뛰어가 보니 이 남성의 말 그대로 현장에는 A4 복사용지용 박스가 놓여 있었다.

이 상자 안에 든 돈은 동전과 지폐를 합해 총 5천33만9천810원. 지난해 그가 기부한 5천30만4천390원과 엇비슷한 금액이다.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인 메모도 함께 들어 있었다.
주민센터 측은 성금 전달시점과 방식, 전화 목소리 등을 종합해볼 때 지난 15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찾아온 '얼굴없는 천사'와 동일 인물로 보고 있다.
이로써 16년간 얼굴없는 천사가 보낸 성금은 총 4억4천764만1천560원으로 늘었다.
얼굴없는 천사의 신분은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본인이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시는 이 같은 그의 선행을 기려 2009년 노송주민센터 옆에 "얼굴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내용의 천사비를 세우고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