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토)

16년째 기부하는 '얼굴없는 천사'가 남긴 메시지


 

전주에 올해도 어김없이 '얼굴없는 천사'가 행복이 가득한 주머니를 들고 찾아왔다.

 

2000년에 시작된 그의 선행이 16년째인 올해도 이어져 세밑을 훈훈하게 달구고 있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는 30일 "오늘 오전 10시께 40∼50대 목소리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성금기부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전화를 받은 직원 정모씨에 따르면 이 남성은 "주민센터 뒤 공원 가로등 쪽 숲 속에 돈을 놓았으니 가져가시고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짤막한 말만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이 황급히 밖으로 뛰어가 보니 이 남성의 말 그대로 현장에는 A4 복사용지용 박스가 놓여 있었다.

 

 

 

이 상자 안에 든 돈은 동전과 지폐를 합해 총 5천33만9천810원. 지난해 그가 기부한 5천30만4천390원과 엇비슷한 금액이다.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인 메모도 함께 들어 있었다. 

 

주민센터 측은 성금 전달시점과 방식, 전화 목소리 등을 종합해볼 때 지난 15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찾아온 '얼굴없는 천사'와 동일 인물로 보고 있다.

 

이로써 16년간 얼굴없는 천사가 보낸 성금은 총 4억4천764만1천560원으로 늘었다.

 

얼굴없는 천사의 신분은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본인이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시는 이 같은 그의 선행을 기려 2009년 노송주민센터 옆에 "얼굴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내용의 천사비를 세우고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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