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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급식실에서 친구 배 때린 학생 훈계했을 뿐인데 '아동학대'로 고소당했다

대전에서 한 초등학교 교사가 숨진 가운데, 해당 교사가 민원에 대한 부당함을 알렸음에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이트국화꽃이 놓인 고인의 책상 /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세상을 떠난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등 심각한 교권 침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는 결국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 


최근 대전교사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숨진 교사 A씨는 7월 자신이 겪었던 일을 직접 적어 초등교사 노조에 제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작성한 제보 내용에는 2019년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학생 4명이 지시에 따르지 않고 같은 반 학생을 지속해 괴롭혔던 정황이 담겼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뉴스1


한 학생의 경우 잡기 놀이를 하다가 친구의 목을 조르고, 점심시간 급식실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다른 친구의 배를 때리는 등의 행동을 저질러 A씨가 수차례 지도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이 학생이 친구의 뺨을 때렸다. 교장에게 지도를 부탁했는데 다음 날 학생의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왔다. 


그 자리에 교장·교감이 함께 있었는데도 A씨는 이들이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국민신문고·경찰 등에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A씨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검찰 조사를 통해 가까스로 무혐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무려 10개월이 걸렸다. 그동안 A씨는 혼자 싸워야 했다. 


A씨는 설문지 내 '남기는 말에 "아동학대 조사기관은 교육 현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책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결국 나 혼자 가족들의 도움을 받으며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글에서 "3년이란 시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다시금 서이초 선생님의 사건을 보고 공포가 떠올라 계속 울기만 했다"고 밝혔다. 


또 "저는 다시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어떠한 노력도 내게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털어놓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서이초 사건 등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어 교사들에게 희망적인 교단을 다시 안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인사이트고인을 추모하는 학생 / 뉴스1


그리고 한 달 반이 지난 후인 지난 7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전교사노조 관계자는 "유족 증언에 따르면 A씨가 집 주변 마트나 커피숍에서 자신을 고소한 학부모를 마주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때마다 숨을 쉬기 힘들어하고 안절부절못하며 힘들어했다고 한다"며 "학부모를 마주치는 상황이 두려워 집 근처 마트 대신 멀리 있는 마트까지 장을 보러 다녔다고도 한다"고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