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TV '뉴스는 YTN'
[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지난 9일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 풍산고등학교 앞에서 음주운전을 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떡볶이를 배달하던 4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7%로 사고 당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일 새벽 2시까지 술을 먹었는데,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숙취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지난 12일 YTN은 숨진 A씨의 장례식장을 찾았다. 국화꽃 가운데 놓인 아버지의 영정 앞에 세 아들이 절을 올렸다.
가족들은 가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부정하며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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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인 A씨 맏아들은 "원래는 사고라고 들었으니까 그렇게 인지를 하고 있었는데, 병실이 아닌 영안실로 안내를 해주더라고요. 이게 지금 꿈인가, 거짓말 같다"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삼형제 아빠 A씨는 8년 전 물류 트럭을 몰다 사고를 당해 다리를 크게 다친 뒤 분식집을 운영하며 가족을 보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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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가게를 내놔야 할 만큼 장사가 잘되지 않자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직접 배달 일까지 맡았다.
A씨는 쉴 틈 없이 일만 하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부인과 세 아들을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났다.
첫째는 "아버지와 같이 보낸 시간이 많지가 않았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일만 하시느라 집을 거의 안 들어오시는 분이었다"며 먹먹해했다.
9일 경기도 하남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 / 네이버TV '뉴스는 YTN'
가장의 목숨을 앗아간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이었지만 경찰은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일어났다는 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위험운전 치사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대신 운전자는 음주운전과 더불어 실수로 사고를 내 다른 사람을 숨지게 했다는 교통사고 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첫째 아들은 "조사를 확실하게 해서 정당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고의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살인자잖아요"라며 울먹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잇따른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피해자들을 비롯한 대중들은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는 스쿨존 음주운전 어린이 사고에 대해 형량을 최대 15년으로 높일 계획이지만, 법이 정한 최고 형량인 무기징역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양형위 운영지원단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2020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선고된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죽거나 다친 교통사고의 1심(단일 범죄) 전체 사건(165건) 중 실형이 선고된 건은 6건(3.7%)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