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28일(금)

대치동 학원가에 '마약 음료' 100병 풀고 협박...조선족 '보이스피싱' 조직 추적

인사이트마약음료 사건 용의자들이 학생들에게 마시게 한 음료 / 서울 강남경찰서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경찰이 대치동 학원가에 살포된 '마약 음료' 배후에 중국 조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추적 중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 동원된 마약 음료는 100여 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지난 8일 추가된 피해자를 포함해 학생 7명과 학부모 1명이다. 


경찰은 이보다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중국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마약 음료 복용 뒤 협박 전화를 받은 학부모들은 "조선족 말투를 쓰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인사이트강남 마약음료 사건 용의자들 2명씩 짝을 지어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음료를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 서울 강남경찰서


음료를 살포했던 범인 4명은 모두 체포되거나 자수했다.


이들은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음료인 줄 몰랐다. 인터넷에서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서 학부모들에게 갔던 여러 건의 협박 전화를 추적한 결과, 발신지가 모두 인천의 특정 지역으로 나타났다.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중국에서 건너온 빈 병에 담아 마약 음료를 제조해 서울의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퀵서비스로 전달한 혐의로 한국인 A씨가 붙잡혔다. 


인사이트강남 마약음료 사건 용의자들 2명씩 짝을 지어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음료를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 서울 강남경찰서


인천에서 긴급 체포된 한국인 B씨는 중국에서 걸려 온 인터넷 전화를 중계기를 이용해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준 혐의를 받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중계기를 이용해 국제전화를 국내 휴대전화로 찍히게 하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A씨와 B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이들을 움직인 총책을 추적할 방침이다. 


경찰은 중국에서 빈 병이 공급됐고, 협박 전화 발신지 역시 중국으로 확인됨에 따라 중국에 근거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 등이 이번 범행을 꾸민 것으로 보고 중국 당국에 공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인사이트김광호 서울경찰청장 / 뉴스1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일선에서 진행하던 수사를 모두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에 이관하기로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부산지검을 방문해 "과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2명씩 짝을 이룬 일당 4명이 학생들에게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를 한다며 학생들에게 필로폰 성분이 첨가된 음료를 건넸다. 


이들은 구매 의사를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며 부모 전화번호를 받아 갔고, 피해 학부모들은 조선족 말투를 쓰는 일당으로부터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학교에 알리겠다"는 내용의 협박 전화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