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수)

"할머니가 아버지 장례식에서 제 머리채를 잡았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자신의 아들이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도 손녀의 머리채까지 잡으며 부의금에 탐욕을 부린 할머니가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할머니가 상복 입은 제 머리채를 잡았습니다>라는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올해로 27살이라고 밝힌 A씨는 "아버지가 뇌종양과 10개월간 싸우시다 10월 31일에 돌아가셨습니다"며 "지난 10개월 저희 할머니는 배 아파 낳은 자식이 위중한데도 갈 사람이면 병원비 줄여라, 수의를 해주겠다며 모진 소리를 하셨다"고 힘들게 말문을 열었다. 

 

A씨와 동생은 아버지의 장례식으로 정신없는 3일을 보냈으나 할머니를 비롯한 친척들은 상복도 입지 않은 채 본인들 손님이 올 때만 얼굴을 비쳤다. 

 

이후 납골당에 아버지를 안치하고 심적으로 지쳐 돌아온 자리에서 갑자기 할머니는 장례식에 온 사람들의 명단과 부조 금액을 확인해야겠다고 말해 A씨를 당황시켰다.

 

A씨는 지금 그럴 정신이 없으니 정리해서 보내드리겠다고 말했지만 할머니는 본인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며 집으로 가자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글에서 A씨는 "아버지를 보내고 온 것만으로도 힘들고 가슴 아픈데 대체 그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당시의 당황스러움을 표현했다.

 

결국 A씨의 어머니는 길바닥에 쓰러져 눈물을 흘렸고, A씨는 꺼내지도 못한 부의금과 방명록을 가져다 드렸지만 할머니는 집으로 가자며 더욱 화를 냈다.

 

더이상 참을 수 없던 A씨가 "아버지 아프실 때 그 모진 말들 다 기억한다. 살려보려고 그렇게 애썼는데 멀쩡히 살아있는 아버지 수의 얘기부터 하셨잖느냐"며 눈물을 흘리자 할머니는 "내가 네 애비 죽였냐?"며 A씨의 머리채를 잡고 소리를 질렀다. 

 

도망치듯 빠져나와 하루를 보낸 후 어머니는 조문을 와 준 사람들에게 '어려운 걸음 해주신 덕분에 잘 모실 수 있었다'며 감사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작은어머니가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려다 실수로 보낸 듯 '이러고 문자 왔다. 쌍개년 맞는거지?'라고 답장을 보내왔다. 

 

A씨는 "누가 봐도 어머니를 욕하는 문자를 잘못 보낸듯 하다. 도대체 저희가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라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얼마나 슬퍼하실지 가늠할 수도 없다"고 슬퍼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아버지 장례 중에 험한 일 당하셔서 많이 힘드셨을 텐데 어서 마음 추스르시길 바란다", "그런 인간들은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는다. 독한 마음을 가지셔야 한다"며 A씨에게 위로를 보내는 한편 할머니의 행동에 비판을 쏟아냈다. 

 

정연성 기자 yeons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