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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밥·푸세식·찬바닥은 '옛말'...현대화 된 교도소

교도소 생활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콩밥을 넘어서 '스마트폰'접견'까지 가능해진 우리나라 교정 행정에 대해 소개한다.


 

우리나라가 1945년 일제로부터 국권을 회복하고 범죄인 교정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한 게 28일로 70주년을 맞는다.

 

70년간 교정 행정은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변화를 거듭해 왔다. 

 

일제 식민통치의 잔흔이 역력했던 감옥이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사회복귀를 도모하는 교도소로 탈바꿈하는 과정은 인권 신장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이제는 스마트폰 접견까지 가능해진 우리나라의 교정 행정은 수용자 교화나 처우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소통 등 다양한 고민을 안고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 '콩밥'은 1986년부터, '푸세식'은 1998년부터 사라져 

 

교정의 날(10월28일)은 광복 직후인 1945년 10월28일 일제로부터 교정 시설과 관련 행정 업무를 인수한 데서 유래했다. 

 

이때부터 70년간 국내 교도소의 변모 과정을 가장 잘 체감하게 해 주는 부분은 교정 시설과 처우의 변화다.

 

수감 생활을 '콩밥 먹는다'는 표현에 빗댈 정도로 교도소 생활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콩밥은 이제 옛말이 됐다. 

 

25일 법무부에 따르면 콩밥의 존재는 교정당국의 수용자 급식제도 세부 지침에서 확인된다. 쌀과 잡곡을 얼마나 섞어 밥을 짓는지를 다룬 이 지침은 시대와 함께 바뀌어 왔다.

 

1957년 주식 혼합비율 지침은 '쌀 30%, 보리 50%, 콩 20%'였다. 완전히 콩으로만 지은 밥은 아니었지만 쌀 혼합비에 버금갈 정도로 콩이 밥에 많이 들어갔다. 

 

이 지침은 30년 가까이 유지되다 1986년 '쌀 50%, 보리 50%'로 바뀐다. 이때부터 교도소 밥에서 콩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보리의 비율도 점차 줄어든다. 1989년에는 '쌀 60%, 보리 40%'로 역전되더니 1994년 '쌀 70%, 보리 30%', 1995년 '쌀 80%, 보리 20%', 2008년 '쌀 90%, 보리 10%'가 됐다. 작년 6월25일부터는 아예 '쌀 100%'로 지침이 개정됐다.

 

재래식 화장실을 뜻하는 '푸세식 변기'도 이젠 교도소에서 자취를 감췄다. 1998년 수용자 거실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바꾸는 작업이 시작돼 2003년에 모두 완료됐다. 

 

교도소의 '찬 바닥'도 이젠 떠올리기 어려워졌다. 1998년부터 거실 난방화가 추진돼 2004년에는 전국 교도소의 거실 바닥에 난방시설이 갖춰졌다. 2005년에는 수용자 거실에 TV와 선풍기 설치가 완료됐다.

 

수형자 1인당 1.65㎡였던 수용 면적은 2003년 2.48㎡로, 2006년에는 2.58㎡가 되더니 2013년 이후부터는 3.4㎡로 확대됐다.

 


 

◇ 감옥법→형 집행 및 처우에 관한 법률…'감옥'·'간수' 등 용어 없어져

 

1948년 이후 교정 근거법도 크게 변화했다.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업무를 인수했을 당시 법률은 '감옥법'이었다. 일본강점기 때 강압적 식민통치 수단이 됐던 감옥이 법률명에 그대로 남아있던 모습이다.

 

1953년 '감옥법'은 '행형(行刑)법'으로 바뀐다. 형벌을 집행하고 수용자를 교화를 위한 절차를 다룬 법률이다.

 

권위주의적 통치와 산업화 시기가 공존했던 1960∼1980년대를 지나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교정 행정의 이념도 새롭게 정립됐다. 

 

범인의 구금과 처벌, 교화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수형자의 건전한 사회복귀, 인권적 처우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교정 행정의 위상이 설정된 것이다.

 

2008년 12월에 도입돼 현재까지 이어지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은 이런 취지가 반영된 법이다.

 

교정 이념이 바뀌면서 옛말이 된 단어들도 많다. 

 

감옥(교도소)이나 감방(수용자 거실), 간수(교도관), 막깐(직원식당), 식깡(밥통), 입옥(입소), 탈감(도주), 사동(수용동) 등의 용어는 1970년대까지는 사용됐지만 이제는 없어진 교정 용어라고 법무부 측은 소개했다.

 

◇ 시설·제도의 현대화·전문화…스마트폰 접견까지 도입

 

교도소의 변화는 비단 시설 개선만을 뜻하지 않는다. 수용자 처우에 관한 각종 제도가 신설되고 관리 체계가 선진화됐다는 의미가 더 크다.

 

범죄자들을 교도소에 모아 놓는 데 그치지 않고 수형자들을 분류해 맞춤형 교화를 하자는 게 기본적인 방향이다.

 

일찍부터 정착한 제도는 수형자 직업훈련이다. 1967년 근거법이 제정된 뒤 수형자 기술교육이 이뤄졌고 1971년부터는 수형자들이 기능경기대회에도 참가했다.

 

경북의 청송교도소와 경기 화성교도소가 2004년과 2008년에 각각 직업훈련 전문 교도소로 신설됐다. 현재 교도소 내 직업훈련 기관은 35곳에 이르며 자동차 정비 등 62개 종목, 163개 과정에서 수형자 6천500여명이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

 

수용자 의료 서비스 역시 많이 변했다. 1957년부터 수용자의 외부 병원 진료가 가능해졌고 각 교도소에 배치되는 의무관 수도 점차 늘어났다. 

 

지난 7월 현재 치과의사 9명을 포함한 공중보건의 53명이 전국 교정기관에 배치돼 있다. 아울러 전국 27개 교정기관에서 종합병원을 비롯한 외부 의료기관과의 원격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가족 접견제도도 다양해졌다. 1993년 이후부터 매년 1만명 이상의 수용자들이 가족과 만나는 '가족 만남의 날' 행사가 개최됐고 교정시설 내에 지은 단독주택에서 1박2일간 가족과 지내는 '가족만남의 집'도 1999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정보과학 기술을 이용한 가족 접견 시스템도 자리 잡았다. 2012년 도입된 인터넷 화상접견은 올해 7월 현재 32개 교정기관에서 운용되고 있다.

 

지난 8월부터는 가족들이 어디에서나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수용자와 화상접견을 할 수 있는 '스마트 접견'이 도입됐다. 교정당국 관계자는 "스마트 접견은 가족들이 교도소를 방문하는 비용을 줄여주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 '믿음의 교정' 비전 마련…재소자 자살 등 과제 해결해야

 

법무부는 지난 70년간의 교정 행정은 '사람을 가두는 교정'에서 '사람을 바꾸는 교정'으로 변화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법무부의 정책 비전인 '믿음의 법치'에 맞게 '믿음의 교정'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수용자를 교화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교정시설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운동장 등을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해 지역 친화적인 시설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천안교도소 내 중국 수감자가 스스로 목을 매 숨지는 등 재소자 자살 사건이 좀처럼 끊이지 않는 점이나 오랜 기간 교도소를 기피시설로 여겨 온 뿌리깊은 선입견을 극복해야 하는 점 등 여러 과제도 안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교정시설이 지역경제에도 기여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등 종전과 다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교정 행정이 한 차원 더 발전하도록 다양한 정책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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