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우) 박씨가 쓴 대자보 / 연합뉴스
[인사이트] 이별님 기자 = 대학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허위 대자보'를 작성해 해당 교수를 죽음으로 내몬 제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지난 2일 부산지법 형사3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20대 박모 씨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원심은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에 비춰 볼 때 범행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박 씨는 지난해 5월 자신이 다니는 동아대 미술학과의 손현욱 교수가 술자리에서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내용의 허위 대자보를 학내에 붙인 혐의로 기소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손 교수는 자신을 둘러싼 성추행 소문에 괴로워하다가 같은 해 6월 본인의 주거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이 사건으로 대학교에서 퇴학 처분을 받았지만, 떠도는 소문만 믿고 진위를 확인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된 점, 피해자 유족이 엄벌을 원하고 아직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원심의 양형이 부당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항소 기각 사유를 밝혔다.
동아대에서 열린 손 교수 추모 전시회 / 연합뉴스
박 씨는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겁다며 진행한 항소마저 기각되자 상고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 교수의 모친은 "아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뒤늦게라도 명예를 꼭 회복하고 싶었다"며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기를 바란다.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당시 실제 성추행을 한 것으로 알려진 A 교수는 교수직에서 파면돼 현재 파면 불복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별님 기자 byul@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