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토)

"난 천천히 올라갈게"…질식한 동료 먼저 구하다 세상 떠난 아빠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제주도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어린 딸을 둔 아버지가 가스에 질식한 동료를 구하려다 숨을 거두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2일 오후 제주도상하수도본부 소속 故 부경욱 주무관은 서귀포시 남원하수처리장 중계펌프장에서 작업 중이던 업체직원이 가스에 질식한 것을 발견했다.


상황이 급박하다고 판단한 부 주무관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현장에 뛰어들어가 동료들과 함께 쓰러진 직원을 구해냈다.


이어 부 주무관은 함께 있던 공무원이 밟고 올라갈 수 있도록 어깨를 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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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른 사람들을 먼저 올려보낸 고인은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키다 유해가스에 중독돼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출동한 119가 부 주무관을 구조했지만, 그는 사고 사흘째인 지난 24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28일 제주도는 제주 남원하수처리장에서 동료를 구하고 숨진 제주도청 소속 故 부경욱 주무관의 영결식을 엄수했다.


제주도청장으로 치러진 이날 영결식에서는 고인의 부인과 어린 두 딸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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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헌화를 하는 과정에서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오열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한편 유족 대표로 나선 부 주무관의 조카는 고별사에서 "우리는 삼촌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이 같은 사고가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부 주무관의 헌신과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려면 모두가 안전한 제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