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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학교에서 얌전히 수업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땅이 흔들렸다. "지금 지진이 발생했으니 신속하게 운동장으로 대피하라"는 방송이 울려 퍼졌다.
그 말을 듣고 서둘러 대피했다. 이후 수업이 재개되자, 나는 기합을 받아야만 했다. 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 한 걸까.
포항에서 5.4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당시 경상도 소재의 한 중학교에서 지진 대피한 학생들에게 교사가 얼차려를 줬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5일 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교에서 지진이 났는데 선생님이 대피했다는 이유로 기합을 줬다"는 중학생의 글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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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A양은 경상도에 위치한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지난 15일 포항 지진이 발생하던 오후 2시 29분께, 당시 A양은 반 학생들과 함께 체육관에서 체육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지진이 발생했고 방송에서도 "신속하게 대피하라"는 안내가 울려 퍼졌다.
그 즉시 다른 반 학생들과 교사는 운동장으로 급히 피신했다. 그런데 A양의 반 수업을 진행하던 B 교사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A양은 "선생님 저희 언제 나가요?"라고 물었고, B교사에게서 "너 혼자 나가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A양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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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박을 당한 A양이었지만 불안함에 떨던 그는 다른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운동장으로 뛰쳐나갔다.
30여 분이 흐른 뒤, 정상수업을 하라는 안내가 다시 들려왔고 A양은 그때 친구들과 함께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때 B교사는 전혀 예상치 못한 태도로 A양을 맞이했다.
A양의 주장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아까 나가지 않은 다른 애들은) 다 앉고, 아까 뛰쳐나갔던 A양 무리만 일어나라"고 지시했다.
이어 "너희는 지진 나면 빨리 나가야 하니까 '일어서', '앉아'를 반복해라"며 앉았다 일어서기를 수차례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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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A양과 다른 친구들 몇 명은 나머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얼차려를 받아야 했다.
A양은 "앉았다 일어서기를 해야 했던 것에 대해서는 화가 나지 않는다"며 "단지 지진에 대피하려고 나갔는데 그걸 아니꼽게 본 선생님의 태도가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A양은 끝으로 "이게 나와 내 친구들이 잘못한 일인가. 난 오히려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글을 마쳤다.
해당 게시글을 본 누리꾼 대부분은 "A양의 대처는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교육청에 신고해라" 등과 같은 댓글을 남기며 지진 발생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해당 교사를 비판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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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어제(15일)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위 글 속 B교사와 비슷하게 안일한 반응을 보인 교사들의 이야기가 퍼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같은 날 한 SNS 유저는 자신의 계정을 통해 "지진이 나서 운동장으로 대피했다가 교사 지시 불이행으로 벌점을 받았다"며 "다시 들어온 교실은 천장이 내려앉아 있었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포항의 한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C군 또한 "지진이 발생해 학생들이 대피하려고 하자 교사가 저지하면서 자습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교사가 재난 상황에 무감각하게 대처했다는 사실에 누리꾼들의 시선이 쏠리면서, 현재 온라인상에는 "교육자들부터 다시 제대로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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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