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안 준다며 '엄마 XX년'이라 적은 딸 일기장을 발견한 가난한 엄마
엄마는 용돈을 받지 못한 딸이 일기장에 자신에 대한 욕설을 잔뜩 써놓은 것을 발견했다.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가난한 달동네에 살던 엄마는 자신의 욕이 써진 딸의 일기장을 보고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 엄마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연의 주인공 A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이 망해 달동네로 이사를 갔다.
기울어진 가세에 부모님은 매일 싸우기 일쑤였고 A씨는 어린 나이에 가난하고 불행한 집안 분위기가 싫어 반항심이 가득했었다.
그러던 한날 A씨는 엄마에게 "용돈을 달라"고 했다가 혼이 났다.
그날 A씨는 일기장에 한 페이지가 넘도록 "우리 엄마는 씨X년이다. 자기는 매일 사고 싶은 것 다 사면서 나는 못 사게 한다"는 내용의 일기를 적었다.
문제는 그 일기장을 엄마가 발견했다는데 있었다. 일기장을 본 엄마는 차분하게 A씨를 불러 "네가 쓴 것이냐"고 물었다.
어렸던 A씨는 당황해 "절대 아니라"고 잡아뗐다.
그런데 화를 낼 줄 알았던 엄마는 덤덤하게 "우리 딸 이런 욕도 할 줄 알아? 다 컸네"라고 말하며 "엄마는 다 사는데 딸한테는 안 사줘서 짜증 났어?"라고 물어왔다.
A씨는 사과하지 않고 끝까지 "내가 쓴 게 아니다"라고 발뺌하며 자리를 피했다.
엄마는 A씨를 따라가지 않고 혼자 거실 소파에 몇 분을 앉아있다가 조용히 집을 나섰다.
연락도 없이 몇 시간을 밖에 있다가 돌아온 엄마는 아버지에게 "친구랑 있었다"고 말했다. 엄마는 언제 일기장을 봤었냐는 듯 평소와 다름없이 다정한 태도로 A씨를 대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엄마는 단 한 번도 그 사건에 대해 입을 연 적이 없다.
하지만 A씨는 아직도 자신이 쓴 욕설들을 봤던 엄마의 표정이 생생하다.
A씨는 "나도 기억하는데 엄마가 기억 못할 리 없다"며 "너무 죄송하고 그때 기억이 괴롭다"며 지금이라도 엄마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사과하면 엄마는 깨끗하게 잊어버릴 것이다", "나도 비슷한 기억이 있어서 눈물 난다", "이제라도 죄책감을 느끼면 된 것이다" 등 응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소영 기자 so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