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한샘 성폭행 논란으로 전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남편이 성추행으로 직장에서 잘렸다는 한 여성의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성추행으로 직장 잘린 인간이 제 신랑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 A씨는 직장 내 성추행으로 남편이 회사에서 잘렸다며 "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창피한 일이냐"고 말문을 열었다.
대기업은 아니어도 나름 복지도 좋고 탄탄한 회사에서 일했다는 남편은 잦은 야근에 시달렸지만 얼마 전부터 집에 일찍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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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든 A씨는 남편에게 회사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남편은 그저 회사에 업무가 별로 없어서 일찍 온다고 대답했다.
얼마 뒤 A씨는 친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시내에서 자신의 남편과 마주쳤는데, 남편이 이걸 말하지 말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당황한 친구도 알겠다고 했지만 막상 건물을 올려다보니 A씨 남편이 나온 곳은 PC방, 당구장 등이 있는 빌딩이었다.
이후 A씨는 남편에게 사실을 털어놓으라고 추궁했고 남편은 일에 회의감을 느껴 회사를 그만뒀다고 실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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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 충격적인 일은 따로 있었다. 우연히 밖에서 남편의 전 직장동료를 마주친 A씨는 직장 동료의 표정이 마음에 거슬렸다.
직장 동료가 자신의 인사를 꺼려하고 매우 곤란해 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찜찜함을 견디다 못한 A씨는 결국 남편의 회사를 찾아갔고 그제야 남편이 그만두게 된 진짜 이유를 알게 됐다.
A씨가 공개한 남편 고발글 / 온라인 커뮤니티
한 직원이 A씨에게 건넨 A4 용지 몇 장에는 남편을 고발하겠다는 글이 적혀있었다.
내용은 모두 남편이 여직원들에게 했던 언행과 행동들이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음담패설들이 종이에 적혀 있었다.
A씨는 "피가 다 빠지는 느낌이었다. 눈물도 안 나왔다"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전화해 몇 번이고 죄송하다고 말했다는 A씨는 남편이 피해 여직원에게 무릎 꿇고 싹싹 빌어 고소를 면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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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이후 3일 만에 집에 들어온 남편은 A씨 앞에 무릎을 꿇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A씨가 이혼을 요구하자 오히려 남편은 "집값의 반을 주면 이혼하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시댁에서는 A씨에게 "성폭행한 것도 아닌데 한 번 눈감고 살라"며 오히려 A씨를 나무랐다.
얼마 전 연차를 내고 친정 식구와 제주도에서 며칠 쉬고 왔다는 A씨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진짜 끝을 내기 위해서"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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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이 올라오고 '주작' 논란이 일자 A씨는 회사에서 직원에게 받았다는 고발글(A4 용지)을 직접 게시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차라리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빨리 이혼하시라", "이혼소송해도 무조건 이기니 걱정하지 말라", "남편도 이제 믿을 수가 없다" 등 A씨가 처한 상황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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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용부가 제출한 '2012~2016년 성희롱 진정사건 접수현황'을 살펴보면 2012년 249건이었던 성희롱 진정사건 건수는 지난해 552건으로 증가했다.
상하관계가 뚜렷한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당해도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성희롱 사건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성희롱 진정건수의 급증에도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감독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부의 '고용평등분야 지도점검 현황'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지도 점검을 받은 사업장은 전체 대상의 0.7%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 연합뉴스
이와 관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기업의 조직문화, 사회적 성평등 의식 등 복잡한 원인이 작용하는 문제인 만큼 처벌과 그 예방이 매우 중요한 영역"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과 관련한 국가적 시스템이 매우 부실하다"며 "제도개선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