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수)

문화재청이 진품이라던 '덕종어보', 친일파가 만든 '짝퉁'

인사이트덕종어보 / 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지난 2015년 미국 시애틀미술관으로부터 환수받은 왕실보물 '덕종어보(德宗御寶)'가 친일파에 의해 제작된 모조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는 "문화재청이 2015년 미국 시애틀 미술관으로부터 반환받은 덕종어보는 1924년 친일파 이완용의 차남에 의해 재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정왕후어보, 현종어보 공개 특별전 자료를 보다가 함께 전시 예정인 덕종어보가 1924년 제작된 모조품이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덕종어보'는 지난 1471년 조선 성종이 아버지 덕종을 '온문의경왕'으로 추존하기 위해 만든 의례용 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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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은 오는 19일부터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열어 최근 환수한 문정왕후·현종어보와 함께 덕종어보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어보는 지난 1924년 진품이 분실된 직후 친일파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의 지시로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이항구 역시 지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 포함된 친일파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말 이러한 사실을 알아챈 문화재청이 여태껏 그 사실을 숨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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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동안 공식 석상에서 덕종어보를 1471년 제작된 진품이라 발표한 문화재청은 이번 전시회 자료에서 이를 슬그머니 '1924년 재제작품'으로 바꿔놓았다.


특히 친일파가 제작한 모조품이라는 설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라며 "1924년 도난 사건 이후 제작된 모조품을 반환받고서는 그 경위를 해명하지 않은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인사이트덕종어보 반환 당시 문화재청이 배포한 보도자료 / 사진 제공 = 문화재청


한편 문화재청 관계자는 "해당 덕종어보는 1471년이 아닌 1924년에 제작된 것이 맞다"며 "당시 진품이 분실되자 따로 만든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어보는 오는 19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다시 찾은 조선왕실의 어보'에서 찾아볼 수 있다.


70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덕종어보’ (사진) 미국으로 유출돼 그곳 시애틀미술관이 소장 중이던 조선 덕종어보(德宗御寶)가 한국으로 공식 반환됐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