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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성 난치병 이겨내고 고려대 입학한 19세 소년

몸속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희귀 난치성을 앓고도 이를 극복하고 고려대에 입학한 소년이 있어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은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동하야. 사람마다 자기만의 시계가 있단다. 모두 속도가 다른 거란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하렴. 너 속도에 맞춰서 가렴."


희소병을 극복하고 고려대학교 수시전형의 관문을 뚫은 김동하(19)군은 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부모님이 이렇게 격려해주신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김군은 고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둔 2015년 겨울부터 갑자기 '베게너 육아종증'이라는 희소병을 앓았다. 몸속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희귀 난치성 혈관염이다.


김군은 밭은기침을 하다 '각혈'을 하면서 처음 병을 알게 돼 많이 놀랐다고 한다. 검사 결과 폐의 모세혈관에서 염증이 발견됐다. 김군은 "처음에는 폐렴인 줄 알았다"면서 "고3을 앞두고 희소병 진단을 받아 많이 당황했다"고 말했다.


김군은 우수한 성적으로 국내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노리는 학생이었다. 내신 전교 1∼3등을 놓친 적이 없었다.


성적이 우수한 아들이었으니 부모 입장에서 '무리를 해서라도 학교를 일단 다녀보자'고 요구했을 법도 하지만, 김군의 부모님은 "1년 쉬고 해도 상관없다"고 권했다.


오히려 김군이 공부를 쉬지 않고 계속하겠다고 밀어붙였다고 한다. 김군은 "부모님이 천천히 하라면서 물심양면 응원해주신 덕에 고3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몸은 마음 같지 않았다. 스트레스 탓인지, 하필 학교 시험 때마다 건강이 악화돼 응급실에 실려갔다.


수능을 두 달 앞둔 작년 9월에는 감기에 정맥염 등이 겹쳐 2주간 입원하기도 했다. 수능 일주일 전부터는 근육통까지 찾아와 혼자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김군은 "통증보다는 약 때문에 쉽게 피곤하고 잠이 쏟아져서 하루에 8∼9시간 자야 하는 게 힘들었다"면서 "내가 자는 동안 다른 친구들은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했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자신의 건강과 성적을 챙기기도 바빴지만, 김군은 그 전부터 이어오던 '교실의 수학 과외쌤' 역할까지 계속할 정도로 학교생활에 충실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김군은 "내가 공부하고 이해한 것을 가르쳐주니까 애들이 성적이 올랐다며 과자를 사줘서 뿌듯했다"며 웃었다.


이어 "수학 문제를 많이 푼 적은 없다"며 "문제 하나를 풀더라도 그 안에 무슨 개념이 섞여 있는지 이해를 하고 넘어갔다"고 비법을 전수했다.


문제풀이보다 개념과 맥락 이해를 중시하는 공부법은 다른 과목에도 적용됐다.


예를 들어 김군은 국어 시간에 윤동주의 시를 배우다가 그 시의 맥락이 궁금해지자, 윤동주 평전과 일제강점기 역사까지 찾아 공부했다. 한 번의 호기심이 여러 과목에 걸쳐 깊이 있는 이해를 낳는 습관이었다.


김군은 수능에서 최상위권 대학이 요구하는 최저등급 기준을 충족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고려대 수시 융합형인재전형 최종 합격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광고 PD를 꿈꾸며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3까지 한 번도 빠짐 없이 교내 방송부장을 역임한 그는 미디어학부를 선택했다. 김군은 "나이키 광고처럼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면서도 브랜드 정신을 강조하는 광고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군은 여전히 아프다.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입원해 면역억제제 주사를 맞아야 하고 스테로이드제 등 매일 많은 약을 먹는다.


그런데도 김군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웃었다. 특히 "힘든 시간이 닥쳐 멍하더라도,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뭐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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