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안끊고 그대로 경찰서 찾아 '귓속말'로 보이스피싱 신고한 할머니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60대 할머니의 놀라운 기지 덕분에 사기 치려던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꼼짝없이 경찰에 붙잡혔다.

28일 부산 영도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7일 68세 할머니 이모씨는 오후 3시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신을 금융감독원 직원이라 밝힌 상대방은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피해를 막으려면 통장에서 돈을 찾아 냉장고에 보관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의 통장에 1천만원 가량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상대방은 한시가 급하다며 빨리 은행으로 가라고 이씨를 독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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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뉴스를 통해 보이스피싱 수법을 익히 들어온 이씨는 상대방의 어눌한 말투를 듣고 곧장 '사기'라는 것을 눈치챘다.

보통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무시할 법도 한데 이씨는 상대방에게 "은행에 간다"고 속인 뒤 근처 파출소로 향했다. 범인을 잡기 위해 일부러 전화도 끊지 않았다. 

혹시나 경찰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어 갈까봐 이씨는 파출소 문을 열자마자 손가락으로 '쉿'하는 몸짓을 취했다.

그러더니 소파에 앉아있는 경찰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전화를 받고 있다"고 신고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이씨는 통화를 끊지 않고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고 있다'고 계속해서 연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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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곧장 사복으로 갈아입고 이씨를 따라나섰다. 이씨는 경찰관들과 은행에서 '12만원'을 찾은 뒤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에 돈을 넣었다.

이씨는 범인이 시키는 대로 우편함에 열쇠를 넣어두고 주민센터로 향했다.

10분 뒤 용의자로 보이는 중국 교포 윤모씨가 아파트 단지에 나타났다. 윤씨는 이씨의 우편함을 뒤져 열쇠를 찾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좌) 범인이 시키는대로 우편함에 열쇠넣는 이씨, (우) 보이스피싱 조직원 윤씨 / 연합뉴스 

그때 집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관이 윤씨를 덮쳤고, 그는 현장에서 바로 체포됐다.

이씨는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보이스피싱 용의자의 전화를 끊었다.

1시간 가까이 이어진 이씨의 뛰어난 기지와 놀라운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체포된 윤씨는 이미 절도, 사기 사건으로 수배 중인 불법 체류자로 드러났다. 현재 경찰은 윤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공범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할아버지 '2천만원' 보이스피싱 피해 막은 우체국 직원현금 2처 만원을 인출하려는 할아버지를 보고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한 한 우체국 직원의 기지로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