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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백혈병으로 사망한 딸을 9년째 가슴에 묻지 못하는 아버지가 있다.
바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자신이 어떤 유해물질을 다루는지도 모른채 일하다 꽃다운 나이에 백혈병에 걸려 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다.
최근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농성 중인 황유미 씨의 아버지를 만났다.
마치 이글루처럼 도시 한복판에 세워진 농성장은 한파를 이겨내기 위해 비닐로 뒤덮여 있었고 그 속에서 아버지는 손을 호호 불어가며 딸이 입고 일했던 방진복과 삼성 직업병 사망자들의 이름을 새긴 A4용지를 준비하고 있었다.
황상기 씨 등 삼성 직업병 피해자 가족과 사회 단체 반올림이 1년 넘게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직원 그 누구도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아무리 외쳐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 9년째 삼성과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는 황상기 씨는 최근 불거진 삼성과 재벌의 정경유착 사례를 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바로 9년 전 삼성전자는 직업병으로 사망한 황유미 씨의 집에 찾아와 500만원을 주며 "삼성은 돈이 이것밖에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황상기 씨는 "삼성전자 이재용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절친 최순실에게 몇백억씩 갖다줬다고 얘기를 하는데, 최순실 씨에게 몇백억을 갖다주고는 삼성은 반도체공장 치료 보상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아도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울분을 표했다.
반올림 측은 "지난 해 삼성 사장이 독일로 건너가 정유라에게 10억짜리 말을 사주고 승마 훈련장을 알아보던 시기는 조정위가 결정한 '백혈병 문제 조정권고안'을 무마하려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정권고안 대로 따를 경우 1천억이라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최순실 모녀에게 뇌물을 바칠 때는 백혈병 문제를 덮으려는 의도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황상기 씨는 삼성이 제대로 된 기업문화를 가진 회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황 씨는 인터뷰에서 "다음 정부서부터는 반드시 삼성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아서 삼성이 똑바른 세상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노동자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관한 국정조사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질의를 받았다.
질의를 받을 때는 "송구하다"는 말 뿐이었지만 국회에 들어올 때는 "황유미 씨를 잊지 말라"는 시위대를 무시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