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2일(목)

마크롱, '이민자 탓' 트럼프 발언에 직격... "용납할 수 없고 어리석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 시간) 카타르에서 프랑스 시위 사태를 이민자 탓으로 돌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용납할 수 없고 어리석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외국 지도자들이 프랑스 상황을 이용해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프랑스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의 원인을 이민자나 이슬람주의자 무리에게 돌리는 것은 순전한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중동을 순방 중이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카타르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주말 프랑스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에 '외국의 개입'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그런 두드러진 증거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그때 이후로 외국의 정보 조작은 있었고 그것이 많은 외국 지도자들로부터 용납할 수 없고 어리석은 언급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2025년 2월 2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 / GettyimagesKorea


트럼프 대통령을 가리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들 중에 (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장면을 보여주는 인공지능(AI) 이미지들이 유포되고 있으며, 이민자와 이슬람주의자 무리에게 침략당했다는 주장은 완전한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프랑스를 희생시켜 선거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유럽)지역 안에서든지, 대서양 건너편이든지"라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 17일 프랑스 시위가 격화된 이후 거듭 이 사안을 거론하며 이민자들을 비난했다.


그는 10월 18일 밤 트루스소셜에 "프랑스가 불타고 있다! 마음속에 증오를 품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온 이민자들이 한때 위대했던 나라를 산산조각 냈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에는 "에마뉘엘은 오래전에 국경을 닫았어야 했다. 내가 그러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권자들에게 "프랑스를 보라"며 "파리는 곧 무슬림 도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이는 다음 달 초에 있을 미국 중간선거에서 반이민 정서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외에도 여러 외국 정상들이 프랑스 시위와 이민 문제를 연계해 언급했다. 다음 주 총선을 앞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0월 20일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극단주의 이슬람의 침략을 당했다"고 말했다.


다음 달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한 스페인에서는 극우 정당 복스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가 '이슬람 좌파'와 '산체스 총리의 동맹 세력'을 지목했다. 머저르 페테르 헝가리 총리와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이민을 폭동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번 폭동은 최근 수년 새 프랑스 최악의 거리 폭력 사태로 기록됐다. 생활비 상승과 교육 예산 문제를 둘러싼 평화 시위가 시청 습격과 약탈로 번졌으며, 경찰은 2,000명 넘게 체포했지만 이민자나 이슬람 급진주의자와의 연관성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인사이트2025년 3월 2일(현지 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유럽 정상회의 본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 GettyimagesKorea


프랑스 정부는 약탈 등 폭력 사태 혐의로 체포된 피의자들의 배경을 상세히 공개하지 않았으며, 이주민과 자국민이 모두 포함됐다고만 밝혔다.


당국은 리모주 시청 방화 등을 극좌 단체 소행으로 의심하고 있다. 프랑스 밖에서 찍힌 폭력 영상이 퍼지자 유럽연합(EU) 규제당국은 허위정보 조사에 착수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10월 24일로 예고된 대규모 시위에 강경 대응하기로 하고 대규모 경찰 병력을 배치하고 군의 지원도 받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다음 토요일에 무질서를 퍼뜨리려는 사람들은 차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0월 21일 예정에 없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방문에도 나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났다. 이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리야드 공항을 공격한 이후 사우디를 방문한 서방 국가 정상으로서는 처음이었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이 '연대의 표시'이며, 마크롱 대통령이 사우디에서도 석유 공급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프랑스는 후티 공격으로부터 사우디 주요 석유 수출 터미널이 있는 얀부항을 보호하기 위한 병력을 보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카타르에서 "지난 8일간 우리는 인력과 (군사) 능력을 (얀부에) 배치했다"며 "이런 방향으로 사우디와 협력 중이며 우리는 방어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내년 봄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반사이익도 커지고 있다. 선두 주자인 마린 르펜 의원은 이날 "이민 혼란, 치안 혼란, 재정 혼란"이라며 마크롱 정부를 공격했다. 폭동 이후 국민연합 지지율이 올랐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