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허법인 건물 2곳에 연쇄 방화를 저지른 70대 남성이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대부분 인정했다.
21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A 씨에 대한 1차 피의자 신문을 전날 야간 진행한 결과, A 씨가 범행 사실을 대체로 시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2차 조사를 마친 뒤 당일 중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찰은 치료비 지원 등 피해자 보호와 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역삼동 빌딩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방화 용의자 A씨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A씨는 이날 7분 간격으로 발생한 두 건의 화재로 19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뒤 도주했다가 약 4시간 만인 오후 4시 16분께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 인근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 뉴스1
A 씨는 20일 오전 11시 51분 한양빌딩에 먼저 침입해 불을 지른 뒤, 10분 뒤인 낮 12시 1분쯤 신명빌딩에서도 방화한 혐의를 받는다.
소방 당국에는 신명빌딩 화재 신고가 오전 11시 54분 먼저 접수됐고, 한양빌딩 화재 신고는 낮 12시 1분 들어왔지만, 경찰은 A 씨가 한양빌딩에 먼저 진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두 건물 모두 특허법인이 입주한 곳으로 조사됐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특허법인 두 곳이 허위 특허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사기를 쳤다고 생각했다"며 "그들에게 겁을 주고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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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결과 A 씨가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이 드러났다. A 씨는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자택 인근에서 플라스틱 말통 2개와 라이터, 인화물질을 미리 구입했다. 범행 당일인 20일 오전 11시 이전 A 씨는 주거지에서 인화물질로 추정되는 물건을 소지하고 나와 택시를 타고 범행 현장으로 이동했다.
범행 후 A 씨는 택시와 도보로 서울 동대문구로 이동했고, 경찰은 서울 동대문경찰서 등 인접 관서를 중심으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며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화재 발생 약 4시간 만인 오후 4시 16분쯤 서울 지하철 1·6호선 동묘앞역 인근에서 A 씨를 긴급체포했다.
오후 6시 14분쯤 수서경찰서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A 씨는 취재진의 "왜 불을 질렀냐"는 질문에 "사기를 쳐서요"라고 답했다. 이어 A 씨는 "2000년도에 특허를 냈는데 사기를 쳐가지고"라며 준비한 서류를 들어 보였다. 범행을 언제부터 준비했느냐는 질문에는 "한 3일 됐다"고 말했고, 피해자들을 향해서는 "앞으로 사기 치지 말라고 해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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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4년 전에도 같은 건물에 방화를 시도하려다 구속된 전력이 확인됐다.
A 씨는 2022년 이들 특허법인으로 추정되는 두 곳과의 출원 문제로 불만을 품고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며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판결문에는 A 씨가 특허 출원과 종이 등록증 발급 문제 등으로 특허법인 측에 불만을 품었던 정황이 담겼다.
이날 화재로 5명이 중상을 입고 14명이 경상을 입었다. 변리사로 확인된 40대 여성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뒤 호흡이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과 경찰은 인력 291명과 장비 56대를 동원해 두 곳의 화재를 진압했다. 한양빌딩 화재는 낮 12시 35분쯤, 신명빌딩 화재는 오후 2시 20분쯤 완전히 진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