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미국 전역의 어린이들에게 스페이스X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주겠다는 파격 제안을 내놨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 감소 우려가 커지자 실리콘밸리 거대 기술기업들이 앞다퉈 부의 재분배 계획을 발표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X를 통해 "내년에 미국 모든 어린이에게 스페이스X 주식을 한 주씩 주겠다"며 "앞으로 이어질 수많은 기부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발표 직전 거래일인 지난 16일 스페이스X 종가 146.03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식 한 주의 가치는 약 19만원이다.
일론 머스크 / GettyimagesKorea
미국의 18세 미만 아동 약 7200만명 전원에게 실제로 주식을 나눠줄 경우 기부 규모는 105억달러(약 14조원)에 이른다. 이는 머스크 순자산의 약 1%에 해당한다. 다만 구체적인 지급 대상과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머스크의 발표는 AI기업 앤트로픽이 대규모 주식 기부 계획을 공개한 직후 나왔다. 앤트로픽은 지난 18일 자사 주식의 5%를 새로 설립하는 '앤트로픽 공익기금'에 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기업가치 9650억달러를 기준으로 약 482억5000만달러(약 64조원) 규모다. 향후 기업가치가 일정 기준보다 50% 상승할 때마다 이사회 재량으로 주식 2%포인트를 추가 출연할 수 있도록 했다.
앤트로픽은 기금을 통해 비영리단체를 지원하거나 특정 계층에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회사 측은 "AI가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겠지만 많은 노동자에게 불안정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GettyimagesKorea
머스크는 앤트로픽의 발표 직후 X에 "주식을 일반 대중에게 직접 나눠주는 것을 권장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약 4시간 뒤에는 "이것이 내가 하려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앤트로픽의 공익기금 방식과 달리 일반 국민을 직접 주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오픈AI도 유사한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4월 AI기업 등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국민에게 현금으로 배당하는 '공공 부 펀드(Public Wealth Fund)' 설립을 제안했다.
7월에는 샘 올트먼 CEO가 미국 정부에 오픈AI 지분 5%를 제공하고 다른 AI기업도 동참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알래스카주가 석유 수익을 주민에게 배당하는 것과 비슷한 구조다.
AI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공개(IPO) 자문사 클래스V그룹의 리즈 바이어 파트너는 CNBC에 "AI가 상당한 비판에 직면한 시기에 기업의 평판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X(옛 트위터)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8월 발표한 조사에서 미국 성인 71%는 향후 20년간 AI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 조사(64%)보다 7%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미래 사회는 AI라는 생산수단을 보유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이들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에릭 브리뇰프슨 스탠퍼드대 교수는 2022년 발표한 논문에서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 노동자의 경제적·정치적 협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혜자들은 기술을 통제하는 사람들의 결정에 불안정하게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부와 권력의 집중을 경고했다. AI 연구자인 게리 마커스 뉴욕대 명예교수는 앤트로픽을 향해 "통제권은 계속 유지하고 정보 공개는 거부하면서 대중의 호감을 사려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