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한 병력의 3분의 1 이상을 잃는 막대한 인명 피해를 보고도 러시아에 대규모 추가 파병을 단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이 최대 5만명 투입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발언을 인용해, 북한이 전사자 속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거둬들이는 경제적·외교적 실익 때문에 추가 파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2024년 말 특수작전부대인 '폭풍군단'을 주축으로 약 1만3000명의 병력을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전선에 파견했다. 이는 북한 역사상 해외에 보낸 전투 병력 중 최대 규모였다. 2024년 11월 우크라이나군과 첫 교전을 치른 이후 포로가 생포되는 등 실체가 드러났고, 양국은 2025년 4월 공식적으로 파병 사실을 인정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 GettyimagesKorea
그러나 파병 대가는 가혹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군사정보국에 따르면 쿠르스크에 투입된 북한군 가운데 전사자는 3000명, 부상자는 1500명에 달해 손실 규모가 4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병 병력의 약 35%가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진 셈이다. 현재 러시아 영토에 잔류 중인 병력은 약 8500명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은 "이들은 현재 적극적인 전투 작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임시 점령지 내 활동 역시 식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규모 사상자 발생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부가 추가 파병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배경에는 천문학적인 자금 유입이 자리 잡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병력을 지원해 챙긴 수익은 약 100억 달러(약 13조4000억원)로 추산됐다. 북한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약 300억 달러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국가 경제 규모의 3분의 1에 맞먹는 오일머니급 외화를 전쟁 특수로 벌어들였다.
외교적 셈법도 맞아떨어졌다. 러시아와의 군사적 혈맹 구축은 만성적이던 대중국 외교 의존도를 분산시키는 지렛대가 됐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5년 9월 베이징 전승절 행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서며 3각 연대를 과시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
러시아 역시 만성적인 병력 고갈에 시달리며 북한의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4년 넘게 전쟁을 이어가며 자국민 징집에 한계를 맞은 러시아는 콜롬비아, 케냐, 카메룬 등 제3국 용병은 물론 북한 정규군에 전적으로 기대는 처지다.
BBC는 "북한과 러시아는 철저히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 거래 관계"라며 "북한은 파병에 따르는 경제적·정치적 대가가 확실하다고 판단하는 한 전선으로 군인들을 계속 밀어 넣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