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8일(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에 '대드론 재머' 달았다... 우크라전이 바꾼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에 적 드론 공격을 교란하는 '대드론 재머'를 탑재한 모습이 처음 공개됐다. 드론이 현대전의 핵심 전력으로 부상하면서 K9 역시 화력과 사거리 경쟁을 넘어 적 무인기 위협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향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유럽 방산 전문매체 디펜스 인더스트리 유럽(Defence Industry Europe)은 지난 5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타파 군사기지에서 대드론 재머를 장착한 K9 자주포가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대드론 재머는 전파를 방해해 적 무인기와 조종자 사이의 통신이나 위성항법 신호 등을 교란하는 장비다. K9에 이 같은 장비를 탑재하면 전장에서 자주포를 탐색하거나 공격하기 위해 접근하는 적 드론에 대응할 수 있어 생존성을 높일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스토니아 타파 군사기지에서 대드론 재머를 장착한 K9 자주포가 기동하고 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번 시연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제5회 K9 유저클럽' 마지막 날 진행됐다. 에스토니아군이 주최한 행사에는 한국과 에스토니아, 폴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루마니아, 호주 등 7개 K9 운용국의 군·방산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스페인과 스웨덴도 참관국 자격으로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K9의 실제 운용 경험을 비롯해 정비 방식과 탄약 상호운용성, 교육훈련, 향후 필요한 전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마지막 날 타파 군사기지에서는 대드론 기술을 실제 K9에 적용한 모습을 살펴보며 급변하는 전장 환경에서 자주포의 생존성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빅토르 칼니츠키 에스토니아군 부사령관(소장)은 "K9은 뛰어난 성능과 높은 전투 능력을 갖춘 우수한 포병체계로 자리 잡았다"며 "성능과 신뢰성, 작전 수행 능력을 통해 점점 더 많은 NATO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행사에서 수직이착륙(VTOL) 방식의 '화력유도 드론'을 K9과 직접 연계하는 차세대 운용개념도 공개했다.


화력유도 드론이 표적을 탐지·추적한 뒤 좌표를 생성해 사격지휘체계로 직접 전송하면 K9이 이를 토대로 사격하는 방식이다. 드론은 사격 이후에도 표적 상공에 머물면서 탄착을 확인하고 전투피해평가(BDA)까지 수행한다.


Polish military officials examine artillery equipment at the fifth K9 User Club지난 2~4일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제5회 K9 유저클럽에 각국 군·방산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존에는 표적 탐지와 좌표 산출, 사격, 결과 확인이 각각 분리돼 있었다면 드론을 K9과 연결해 이른바 '센서 투 슈터(sensor-to-shooter)'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동 중이거나 짧은 시간만 노출되는 표적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동시에 위험 지역에 배치되는 전방 관측요원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K9 플랫폼 자체의 확장도 추진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A2에 적용되는 완전자동화 포탑을 기반으로 한 차륜형 자주포 개념을 제시했다. 궤도형 K9에서 축적한 화력·자동화 기술을 활용하면서 차륜형 플랫폼의 기동성과 신속한 전개 능력을 결합하겠다는 전략이다.


군수지원 방식 역시 디지털 중심으로 바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예비부품 견적과 주문, 배송 현황 등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관리할 수 있는 'TOMMS 군수지원 포털'도 공개했다. 향후 폴란드 부품창고와 시스템을 연계하고 K9의 정비·운용 데이터를 분석해 필요한 부품과 정비 시점을 사전에 예측하는 체계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K9을 둘러싼 이 같은 변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달라진 현대 포병전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전장에서 정찰·자폭 드론이 자주포의 위치를 탐지하고 타격하는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면서, 사거리와 발사속도뿐 아니라 적에게 노출되기 전 신속하게 이동하고 드론 위협에 대응하는 능력이 자주포의 생존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글로벌 K9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화력유도 드론과의 연계, 대드론 방어, 기동성 강화, 디지털 군수지원까지 포병체계 전반으로 K9의 역할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기존 이미지제5회 K9 유저클럽에 참석한 폴란드 군 관계자들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시한 포병체계를 살펴보고 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배진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MRO사업부장은 "K9 유저클럽은 이제 단순한 연례 모임을 넘어섰다"며 "사용국과 실제 운용자, 방산업체가 함께 작전 경험을 미래 전력 개발로 연결하는 협력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타파 군사기지 방문을 끝으로 3일간 진행된 제5회 K9 유저클럽은 실제 운용 경험에 대한 논의와 신기술 발표, 사용자 간 교류 일정을 마무리했다. 차기 K9 유저클럽은 2027년 호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