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자폐 아들을 27년간 홀로 돌본 전경철 작가(64)가 5일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기대 여명보다 1년을 더 버티며 아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6일 정유진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가 먼 길을 떠났다"며 부고 소식을 알렸다.
정 대표는 "고인의 평소 뜻에 따라 무빈소로 장례를 치른다"며 "병원에 안치된 고인은 충남 공주 선영에 영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 작가의 아들 제원 씨는 사회성 연령이 2.3세 수준의 중증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다. 전 작가는 영원히 어른이 되지 못하는 동화 속 주인공 '피터팬'에 아들을 비유하며 27년간의 양육기를 글로 기록해왔다.
필명이 '꼭두'인 전경철 작가가 브런치를 통해 출간한 에세이 '안녕, 피터팬'를 소개하고 있다. / 카카오
그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건 간암 말기 진단 이후였다. 기대 여명 6개월을 선고받은 전 작가는 자신이 떠난 뒤 아들이 머물 곳을 찾기 위해 전국의 장애인 거주시설과 복지기관을 직접 찾아다녔다.
하지만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입소 거절이 이어졌고, 입소가 결정됐다가 무산되는 아픔도 겪어야 했다.
전 작가의 사연은 지난 3월 MBC '실화탐사대'를 통해 방송됐다. 이후 그가 카카오 브런치에 남긴 글들을 엮은 에세이 '안녕, 피터팬'이 출간됐다.
전 작가는 아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의료진이 예상한 기대 여명보다 약 1년을 더 버텼고, 아들은 새로운 보금자리에 정착할 수 있었다.
전 작가는 지난달 14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네버랜드 레퀴엠: 38년 만의 커튼콜'이라는 제목의 생전 장례식 겸 감사 공연을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아들을 지켜준 시민과 후원자들에게 직접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세상과의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지난달 12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355회에도 출연한 전 작가는 아들과의 삶을 담담히 이야기했다. 그는 "27년의 생활은 두 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았다"면서도 아들과 함께한 시간이 자신에게 행복이었다고 회상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전 작가는 자신과 같은 상황의 가족들을 위해 중증 발달장애인 공동체 '네버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시설을 찾아다니며 겪은 어려움을 바탕으로,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중증 발달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피터팬재단' 설립도 추진해왔다.
전 작가는 생전에 "다시는 이 땅에 피터팬이라는 이유로 세상 밖으로 내몰리는 아이가 없어야 한다. 더는 길이 보이지 않아 자식과 자신을 포기하는 부모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유퀴즈' 출연 당시 전 작가는 아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아빠라는 존재는 깨끗하게 잊고 네 행복만을 위해 살라고 하고 싶은데 솔직하지 않은 심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희미하게 기억나는 남자가 있다. 나보다 나이가 아주 많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늙어버린 남자가 있는데 나를 바라보면 많이 따뜻했고 맛있는 걸 많이 차려주던 사람이 있었다. 기억이 희미해 누군지는 모르겠다. 떠올리면 문득 그립기는 하다" 정도로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 작가는 마지막으로 "나는 당연히 27년간 행복을 안겨줬던 잘생긴 아기를 품에 안고 있을 것"이라는 말로 시청자들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