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북한강에 유기하고, 피해자 행세를 하며 경찰의 실종 수사망을 교란한 육군 장교 양광준에 대해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수사 허점이 드러났던 경찰의 실종자 관리 체계는 최근에야 제도적 보완을 마쳤다.
양광준은 지난 2024년 10월 25일 오후 3시께 경기 과천 소재 군부대 주차장 차 안에서 내연 관계였던 여성 군무원 A씨를 살해했다. 불륜 사실을 외부에 알리겠다는 A씨의 말에 노트북 도난 방지용 와이어를 범행 도구로 썼다.
범행 직후 양광준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시신을 인근 철거 현장으로 옮겨 훼손했다. 이튿날에는 과거 자신이 복무했던 강원 화천군 북한강 일대로 이동해 훼손한 사체를 비닐봉지에 담아 강물 속에 던졌다.
강원경찰청
범행 은폐를 위한 알리바이 조작은 치밀했다. 딸과 연락이 닿지 않자 어머니가 실종 신고를 냈으나,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쥐고 있던 양광준은 여성 목소리를 흉내 내며 경찰 전화를 직접 받아 수사를 무력화했다.
당시 서울 관악경찰서는 전화 통화 내용만 믿고 단순 종결 처리했다. 양광준은 A씨의 메신저 상태를 '잠수'로 바꾸고 소속 부대에 휴가 처리 메시지를 전송하는가 하면, 휴대전화의 비행기 탑승 모드를 켜고 끄며 생존 반응을 꾸며냈다.
조작극은 2024년 11월 2일 화천대교 하류 300m 지점에서 시신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끝이 났다. 강원경찰청은 시신에서 채취한 지문과 통화 내역,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사체 발견 28시간 만인 11월 3일 오후 7시께 양광준을 긴급체포했다.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양광준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확정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양광준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항소와 상고를 이어갔으나, 2심과 대법원 모두 사전 계획성과 극단적인 잔혹성을 지적하며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 사건은 경찰 실종 수사의 허점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서울경찰청은 대면 확인 없는 실종 종결과 결재선 부재를 지적하며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으나, 예산 미반영으로 장기간 표류했다. 이후 지난달 제주 지역 실종 수사 허위 종결 문제가 불거지면서 실종 사건 종결 시 관리자 결재를 의무화하는 개선책이 뒤늦게 도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