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영화의 황금기를 이끈 전설적인 여성 제작자 스난성(施南生)이 향년 75세로 타계했다.
홍콩 영화전문매체와 중국 광명망 등에 따르면 스난성은 지난 13일 오후 8시 51분 홍콩 양화병원에서 세균 감염에 따른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숨을 거뒀다. 지난해 4월 제43회 홍콩영화금상장 시상식에서 전 남편인 서극(徐克) 감독과 함께 공로상을 받으며 단상에 올랐던 고인은 불과 1년여 만에 급격한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나며 영화계에 큰 슬픔을 안겼다.
1951년 상하이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자란 스난성은 영국 유학 후 방송계에 입문해 1980년대 홍콩 영화 신스웨이브의 중심에 섰다.
스난성(왼쪽) / GettyimagesKorea
신예성 영화사의 핵심 창립 멤버이자 제작사 '필름워크샵'을 이끌며 '영웅본색', '천녀유혼', '황비홍', '동방불패', '무간도' 등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한 수많은 명작을 제작·기획했다. 이 같은 공로로 2017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카메라상(공로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제작자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화려한 영광의 이면에는 평생에 걸친 고강도 노동과 불규칙한 생활 습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고인은 수십 년간 밤낮이 바뀐 생활을 이어오며 줄담배와 과로에 시달렸다. 특히 제작 현장에서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고 살았으며, 건강 이상 신호가 올 때마다 제대로 치료받지 않고 일을 우선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간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결국 면역 계통의 붕괴로 이어져 패혈증과 다발성 장기 부전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스난성의 비보는 평생을 일에만 몰두하며 몸을 돌보지 않는 이들에게 건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생전 절친했던 배우 임청하(林青霞)는 "스난성은 자신의 지혜와 재능을 영화와 대중에게 바쳤고, 결국 자신의 육신마저 우주에 아낌없이 내주었다"라며 고인의 치열했던 삶을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