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때 소아마비를 앓은 이후 70년이 넘는 세월을 거대한 원통형 인공호흡기인 '철의 폐'(Iron Lung)에 의지해 살아온 미국 여성 마사 릴러드가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지난 13일 바스티유 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외신은 오클라호마주 쇼니에 거주하던 릴러드가 인공호흡기 속에서 대반생을 보낸 끝에 만성 호흡부전과 소아마비 후 증후군으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유족 측은 최근 그가 겪은 '롱 코비드'(코로나19 장기 후유증)가 건강 악화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철의 폐는 환자의 몸을 금속 원통 안에 넣고 내부 기압을 조절해 폐의 팽창과 수축을 돕는 구식 의료 장비다.
뉴욕포스트
1950년대 백신 보급으로 소아마비가 퇴치되고 현대적인 양압 호흡기가 발명되면서 대부분 사라졌으나 릴러드는 기계식 호흡기가 유발하는 신체적 통증과 부작용을 견디지 못해 평생 이 구형 장비를 고집했다. 의사들은 그가 20세를 넘기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지만 릴러드는 남은 폐 기능이 25% 미만인 상태에서도 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이수하며 삶의 의지를 놓지 않았다.
그는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독립적인 삶을 개척했다. 주로 밤에만 기계의 도움을 받으며 스스로 요리를 하고 운전까지 배웠다.
온라인 공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던 중 2001년 미국의 9·11 테러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채팅방에서 이집트 출신의 한 남성을 만났다. 이들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온라인으로 사랑을 키워왔으며 해당 남성이 비자를 취득해 오클라호마로 건너오면서 오랜 기다림 끝에 올해 2월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지속적인 코로나19 대유행은 장기 생존자였던 그에게도 치명적인 위기로 다가왔다. 팬데믹 기간 두 차례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호흡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고 사망 전 마지막 2년 동안은 하루 24시간 내내 철의 폐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시와 음악을 사랑하며 자신의 부고장까지 직접 작성해 둔 릴러드의 사망으로 미국 내에 생존해 있던 마지막 소아마비 철의 폐 환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