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30대 청년층 3명 중 2명은 정치권이 자신들의 현실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와 KB금융 청년 플랫폼 KB 유스 클럽이 전국 남녀 1만 23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년 실태·인식 정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5.3%가 정치권이 청년의 현실을 이해하고 대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정치권이 청년을 대변하고 있다는 응답은 9.9%에 그쳤다.
청년층의 정치적 냉소는 자산 형성 기회의 축소와 일자리 부족 등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의 IT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김모 씨는 5년 동안 5000만 원에 가까운 종잣돈을 모았으나 주거 마련에 한계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청년에게는 빚 내지 말라, 무리하지 말라면서 정작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 중에는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도 많다"며 "자산 형성 사다리는 걷어차 놓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밑에서 버티라고만 말하는 것 같아 반감이 든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는 투표가 삶이나 사회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도 낮게 나타났다. 투표의 효능감을 인정하는 응답은 25.9%에 불과했으며, 49.9%는 기대가 없다고 명시했다.
정부 정책이 실제 삶에 도움이 된다는 비중도 14.5%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진영 대립에 몰두하느라 청년 현안을 후순위로 미뤄두고,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기성세대의 표심에 결부된 주거·세제·연금 등의 이슈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좋은 일자리, 안정된 주거, 자산 형성 기회를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할 정치권이 상대방 진영을 공격하는 싸움에 열을 올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청년층의 정치적 영향력 축소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전체 유권자 중 19~39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40%대였으나,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오는 2028년 23대 총선에서는 이 비중이 20%대 후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청년층이 정책 수립 과정에서 소외되는 구조가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학계와 전문가 집단에서는 스웨덴 등의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공직 선거 후보의 일정 비율을 청년층으로 의무화하는 '청년 의원 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