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대패삼겹살 원조'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지난달 25일 더본코리아 가맹점주가 유튜버 김재환 PD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PD는 언론인 출신으로 유튜브를 통해 백 대표의 대패삼겹살 원조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백 대표는 과거 방송과 인터뷰에서 육절기를 사려다가 실수로 햄 슬라이서를 구입했고, 이 기계로 냉동 삼겹살을 썰었더니 고기가 대패로 민 것처럼 둥글게 말려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1993년 대패삼겹살이라는 메뉴를 처음 만들었다는 것이 백 대표의 주장이었다.
더본코리아 홈페이지에도 '1993년 백종원 대표가 개발'이라는 내용이 실렸고, 백 대표는 1998년 '대패삼겹살' 상표를 등록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 뉴스1
김 PD는 '대패로드'라는 이름의 콘텐츠를 제작하며 전국 각지를 직접 찾아다녔다. 부산, 마산, 광주, 청주 등지에서 1980년대부터 얇게 썬 냉동 삼겹살을 판매했다는 노포들을 취재했다.
한 부산 상인은 "삼겹살을 접시가 아니라 플라스틱 소쿠리에 한가득 담아줬다"고 증언했다. 서울에서도 1992년부터 같은 방식의 메뉴를 판 음식점이 확인됐다고 김 PD는 밝혔다.
더본코리아 가맹점주는 김 PD의 의혹 제기로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됐고 매출이 감소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가맹점주 측은 허위 의혹이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면서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김 PD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대패삼겹살은 1980년대부터 이미 부산 지역에서 유행했던 음식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삼겹살을 육절기 등으로 얇게 썰면 고기가 자연스럽게 둥글게 말리는 만큼, 이를 특별한 제조 공정이 필요한 독창적 음식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가맹점주가 주장한 매출 감소와 김 PD의 영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부정적으로 봤다.재판부는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함께 제기된 상황에서 김 PD의 유튜브 영상만으로 매출 하락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김 PD의 의혹 제기를 공익적 목적의 문제 제기로 인정하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더본코리아 측은 "유튜버의 악의적 영상으로 피해를 봤다고 판단한 가맹점주 개인이 제기한 소송"이라는 입장을 냈다. 또한 가맹점주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적절한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음식 원조 논란에서 법원이 구체적인 판단을 내린 사례다.
한편, 대패삼겹살은 1990년대 후반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2000년대 들어 대중화된 메뉴다.
백 대표는 대패삼겹살을 전국 프랜차이즈로 확장하며 이 메뉴를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