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가능성을 시사했다. 올해 반도체 호황으로 예상되는 초과세수를 활용해 GPU 구매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또 혁신기업의 신기술 개발을 지원하되, 성공 시 정부가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의 투자 확대 방침도 함께 밝혔다.
지난 26일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회의'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에게 국내 GPU 물량 확보 현황을 물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GPU가 점점 대규모로 필요할 것"이라며 "구매를 위해 필요하면 곧 추경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보완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추경 편성 검토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 新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6.26 / 뉴스1
동시에 이 대통령은 GPU 확보 속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그는 "확보 속도가 너무 느린 것 아니냐"며 "이 역시 행정 난맥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광주 국가컴퓨팅센터의 운영 문제도 언급하며 "광주 컴퓨팅센터도 시스템 문제가 있어서 제대로 활용이 안 된다 하더라"고 관련 부처의 개선을 주문했다.
현재 청와대는 올해 반도체 호황에 따라 예상보다 많은 세수가 걷힐 것으로 보고,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별개로 주요 분야에 추가 재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도 "유류세를 낮춰도 재정 부담은 그렇게 크지 않고, 이게 서민의 소비 여력 확대에 도움이 된다"며 추경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서민 소득지원 정책을 지금 추가하려면 재원이 없지 않느냐"고도 말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추경 편성은 현재까지 총 두 차례 이뤄졌다. 지난해 7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을 위해 31조 8,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올해 4월에는 중동 전쟁에 따른 고물가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전쟁 추경'을 편성했다. 이번에 GPU 구매를 위한 추경이 확정되면 이 정부 들어 세 번째 추경이 된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개별기업의 혁신기술 연구·개발과 관련해 정부가 '성공 시 지분 취득'을 전제로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도 논의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 新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6.26 / 뉴스1
이 대통령은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뒤 "신기술을 개발하면 실제로 제작한 뒤 써봐야 하는데, 실패하면 비용만 날릴 것 같아 안 하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정부가 펀드든 연구기금이든 비용을 지원해주고, 성공하면 해당 부분에 대한 지분을 정부가 취득하든 보상을 받든 대가를 얻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런 제도를 지금 더 확대하려 한다"고 답했으며,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국민성장펀드 사례를 들며 "미사일 방어체계 관련 업체에 투자를 결정했는데, 5,000억 원짜리를 우선주로 프로젝트 베이스로 해서 대통령이 말씀하신 콘셉트로 많이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AI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GPU 확보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GPU는 AI 모델 학습과 서비스 운영에 필수적인 장비이지만, 글로벌 수요 급증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들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초과세수를 활용한 추경 편성으로 GPU 구매 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서민 물가 부담 완화와 소득 지원 정책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추경 규모와 편성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