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04일(목)

미·이란 전쟁 여파... 日, '바나나 공급' 50년 만의 최대 위기직면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일본의 바나나 공급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나나 후숙에 필요한 에틸렌 생산 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격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세계 원유 공급량의 5분의 1이 막히면서 일본의 나프타 재고는 올해 들어 약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프타는 에틸렌 가스를 만드는 원료로 사용된다. 에틸렌은 덜 익은 바나나를 유통 전 후숙시키는 과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일본은 덜 익은 바나나를 수입한 뒤 에틸렌을 활용해 후숙 과정을 거쳐 판매한다. 이에 따라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바나나 유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origin_고환율로인해수입과일가격도상승.jpg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수입산 바나나가 진열돼 있다. 2026.4.7/뉴스1


현재까지는 일부 수입업체들이 2~3개월분의 에틸렌을 확보해 둔 상태여서 바나나를 구매하는 데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연료비와 포장재, 물류비 등 석유화학 관련 비용이 상승하면서 소매업체들이 가격 인상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 정부 자료에 따르면 도쿄 지역 바나나 소매가격은 지난해 4.4% 상승했다. 2022년 이후 누적 상승률은 30%를 넘어섰다. 일본 가정의 지난해 평균 바나나 구매액은 약 5200엔(한화 약 5만 원)에 달했다.


바나나는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인 과일 중 하나다. 지난해 일본의 바나나 수입량은 약 100만t을 기록했다. 


에이지 아카시 일본바나나수입협회 사무총장은 "50년 만에 맞닥뜨린 최악의 공급 부족 상황"이라며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나프타 부족 우려는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유명 식품회사 '가루비'(Calbee)는 나프타에서 유래한 수지를 사용하는 인쇄용 잉크 공급이 줄어들면서 일부 감자칩 제품의 포장을 흑백 디자인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일본 가루비(Calbee)사의 포테이토칩 흑백 패키지 디자인 / X일본 가루비(Calbee)사의 포테이토칩 흑백 패키지 디자인 / X


블룸버그는 중동발 공급망 불안이 일본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식품과 생활용품 등 일상 소비재 분야로도 파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은 원유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석유 생산 기반이 부족한 데다 해상 운송 차질 발생 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국제 송유관이 없어 국제 에너지 시장 변화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