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09일(토)

'한국 첫 독자 엔진' 알파엔진 개발 이끈 송준국 전 현대차 부사장 별세

1991년 현대자동차가 국내 기술로 처음 선보인 자동차 엔진인 '알파엔진' 개발을 이끈 송준국 전 현대차 부사장이 별세했다. 향년 84세.


지난 8일 유족은 송 전 부사장이 지난달 29일 미국 미시간주에서 폐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1942년생인 고인은 경기고와 인하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차에 입사했다. 1980년대까지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에는 외국 업체의 엔진과 변속기가 쓰였다. 자동차의 핵심 부품을 해외 기술에 의존했고, 완성차 업체는 기술료를 외국 업체에 지급해야 했다.


국내 첫 자동차 엔진 개발 총괄한 송준국 전 현대차 부사장 별세 | 한국경제KBS


현대차는 1984년 경기 용인에 마북리연구소를 세우고 독자 엔진 개발에 들어갔다. 설계 과정에는 영국 엔지니어링 업체 리카르도가 참여했다. 송 전 부사장은 당시 마북리연구소장 겸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으로 독자 엔진 개발을 뒷받침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엔진개발실에서 근무한 이현순 전 현대차 부회장은 당시 부장급 개발실장을 맡았다.


알파엔진 개발 과정에서 마지막 난관은 엔진 실린더 헤드의 냉각 문제였다. 이 전 부회장은 2016년 KBS 스페셜 '한국 최초의 독자 엔진 알파엔진의 개발'에서 "실린더 헤드가 냉각이 잘 안 되는데, 왜 안 될까 생각하다 기포가 모여 있을 수 있겠다고 봤고 확인해 보니 실제로 기포가 있었다"고 말했다. 냉각수 흐름을 개선한 뒤 실린더 헤드가 깨지는 문제를 해결했고, 알파엔진은 현대차 스쿠프에 탑재됐다.


이 전 부회장은 2014년 회고록 '내 안에 잠든 엔진을 깨워라!'에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독자 엔진 개발을 밀어붙인 반면, 당시 연구개발본부장은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적었다. 이 전 부회장은 9일 연합뉴스에 "송 전 부사장은 알파엔진 개발 당시 마북리연구소장 겸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이었다"며 "유일하게 엔진 개발을 지원해준 분이어서 본부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 전 부사장은 알파엔진 개발 공로로 1991년 IR52장영실상을 처음 수상했다. 같은 해 매일경제 인터뷰에서는 "알파엔진은 1984년 7월 개발에 착수해 5년 반 걸려 완성했다"며 "투자비만 대략 1000억원 정도가 소요됐다"고 밝혔다. 이어 "축적된 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술 자립을 추구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같은 해 정진기 언론문화상도 받았다.


고인은 1992년 현대차를 떠난 뒤 국산 전기연료펌프를 현대차 등에 공급하는 현담산업을 세웠다.


유족으로는 부인 임경희씨와 아들 송주현 ㈜이일공 대표이사, 송방현 ㈜이일공 이사, 며느리 임혜선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7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0일 오전 9시이며 장지는 천안 풍산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