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회에서 AI 생존전략을 제시했다. 메모리 반도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핵심이었다. 최 회장은 메모리 공급, 전력, 데이터센터, GPU, 자본, 공공 수요를 AI 경쟁력의 조건으로 꼽았다.
28일 최 회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중 AI 기술 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 성장전략' 정책세미나에 강연자로 참석했다. 그는 "요새는 누구를 만나기만 하면 메모리를 달라는 얘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AI 수요가 폭증하면서 스마트폰, PC, TV 등 소비자용 제품에 들어갈 메모리 물량까지 줄어드는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최 회장은 공급 부족을 단기 호재로만 보지 않았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길어질 경우 시장이 메모리를 덜 쓰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고객이 대체 기술을 찾고, 메모리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최 회장이 국회에서 꺼낸 단어는 메모리만이 아니었다. 그는 AI 성장의 병목으로 자본, 에너지, GPU, 메모리칩을 꼽았다. 국내 AI 인프라에 대해서는 "국내 데이터센터 중 AI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5%도 안 된다"고 했다. 1GW급 AI 인프라 구축에는 500억달러, 약 73조6500억원이 필요하다는 추산도 제시했다.
전력 문제도 함께 짚었다. 최 회장은 한국이 30% 이상의 전력 예비율을 갖추고 있어 50GW 이상을 더 돌릴 수 있지만 송전 효율이 문제라고 봤다. 전기를 만드는 곳에서 쓰도록 해야 전력계통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활용국을 넘어 AI 생산국이 되려면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투자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AI 시대 수출 전략도 기존 제조업 중심 방식과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더 이상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고, 지능을 만들어 수출하는 형태가 AI 시대 생존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모델과 인프라, 서비스를 묶어 해외로 내보내는 방식까지 수출 전략에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일 경제 협력'도 같은 흐름에서 언급했다. 최 회장은 한국이 미·중 AI 패권 경쟁 속에서 룰을 받는 쪽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일본과의 협력 등을 통해 경제 규모를 키우고, 장기적으로 룰을 만드는 힘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일본과 경제 통합을 당장 목표로 말하기는 이르다면서도 경제권 확대를 통해 룰 메이커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 내용은 SK그룹 사업과도 바로 이어진다. 메모리는 SK하이닉스, 데이터센터와 통신 인프라는 SK텔레콤, 전력과 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 계열 사업 영역이다. 최 회장의 발언은 SK하이닉스의 HBM 수요를 넘어 그룹의 반도체·통신·에너지 사업을 함께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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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공공 수요를 모아 AI를 빠르게 고도화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AI를 잘 쓰자는 구호보다 AI를 만들 수 있는 일감과 인프라가 먼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전력, 데이터센터, 공공 수요를 함께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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