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28일(화)

키움·신한·하나는 들어갔는데...삼성증권 발행어음만 8년째 문밖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사업 진출이 다시 멈춰 섰다.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안건소위원회 문턱을 넘으며 인가가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금융감독원 제재안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금융위가 심사를 중단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2017년 초대형 투자은행으로 지정된 뒤 이어온 숙원사업이 또다시 제재 리스크 앞에서 밀린 셈이다.


지난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오는 29일 정례회의에서 삼성증권 발행어음 인가 심사 중단 안건을 올려 의결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전날 안건소위원회에서도 관련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인가안과 제재안의 처리 순서를 다시 정리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삼성증권에 조건부 인가를 먼저 내주고, 이후 제재 절차를 마무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발행어음 인가가 모험자본 공급 확대 기조와 맞물려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상황은 금감원의 삼성증권 제재안이 금융위로 넘어오면서 달라졌다. 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 제재안도 함께 다뤄야 하는 구조가 됐다. 일부 증선위원들 사이에서는 제재 수위가 확정되기 전 조건부 인가를 내주는 것은 절차상 맞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발행어음업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야 할 수 있는 사업이다. 증권사가 자기 신용으로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기관 중징계가 확정되면 인가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는 만큼, 삼성증권 입장에서는 제재 수위가 발행어음 진입 여부를 가르는 변수가 됐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수시검사 이후 제재 절차를 밟고 있다. 금감원 제재심 단계에서 전·현직 임원 상당수는 경징계로 조정됐지만, 기관과 일부 전직 임원에 대해서는 중징계 판단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이 최종적으로 감경되지 않으면 발행어음 인가 일정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삼성증권 발행어음 인가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최종 의결만 남긴 사안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8일 증선위에서 조건부 승인 취지의 심의가 이뤄졌고, 9일에는 금융위 안건소위원회도 통과했다. 통상 안건소위를 넘기면 정례회의 의결 단계로 넘어간다.


하지만 안건소위 통과와 비슷한 시점에 금감원 제재안이 제출되면서 금융위 내부 판단도 바뀌었다. 제재 수위를 확정하지 않은 채 인가를 먼저 내줄 경우, 이후 중징계가 확정됐을 때 절차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사진제공=삼성증권사진제공=삼성증권


삼성증권에는 뼈아픈 대목이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IB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단순한 신규 라이선스가 아니라 조달 기반을 넓히고,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수단이다. 자기자본 규모를 갖춘 증권사라도 당국 인가 없이는 사업에 들어갈 수 없다.


경쟁사들은 이미 시장에 들어갔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이 먼저 사업을 해왔고, 지난해에는 키움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추가로 인가를 받았다. 삼성증권은 자기자본 요건을 갖추고도 발행어음업에는 아직 진입하지 못했다.


삼성증권은 2017년에도 발행어음 인가를 추진했지만,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 등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인가를 받지 못했다. 이후에도 초대형 IB 간판과 달리 발행어음업은 빈칸으로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인가 직전까지 갔다가 내부통제 관련 제재 리스크에 다시 막힌 모양새가 됐다.


제재 결론이 언제 나올지도 변수다. 금융당국은 지난 22일 증선위에서 삼성증권 수시검사 결과 조치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 제재 수위가 향후 인가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추가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제재 수위가 경징계로 낮아지면 삼성증권은 다시 인가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경우 이르면 5월 말 인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대로 기관 중징계가 확정되면 발행어음 인가는 철회되거나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


금융위가 이번에 심사를 중단한다고 해서 기존 심사 내용이 모두 무효화되는 것은 아니다. 증선위가 삼성증권 제재안에 대해 결론을 내리면, 그 결과를 토대로 인가 심사가 다시 진행될 수 있다. 다만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사업 진입의 마지막 문턱에서 제재 리스크를 먼저 정리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초대형 IB 간판을 단 지 8년이 지났지만,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시계는 다시 멈췄다. 키움증권과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이 이미 발행어음 시장에 들어간 사이 삼성증권은 제재 결론을 기다리는 쪽으로 밀렸다. 이번 보류는 단순한 일정 지연보다, 내부통제 리스크가 핵심 사업 인가 절차를 다시 붙잡았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