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24년 만에 중국 시장 재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현대차는 24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오토차이나 2026(베이징 모터쇼)에서 준대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 V'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아이오닉 V는 지난 9일 선보인 비너스 콘셉트의 양산형 모델로, 아이오닉 브랜드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첫 번째 전략 모델이다.
아이오닉 V /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이 차량을 시작으로 향후 5년간 신차 투입과 현지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16년 중국에서 170여만대를 판매하며 톱3 자동차 브랜드로 올라선 바 있다. 이번 재도전을 통해 과거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이오닉 V는 전면과 측면, 후면 전체에 걸쳐 날카롭고 날렵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기존 아이오닉5·6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외관을 보여준다. 현대차는 이를 새로운 디자인 언어 '디 오리진(The Origin)'이라고 명명했다.
현대차 측은 디 오리진이 중국의 생활 습관과 수요에 맞춘 새로운 디자인으로, 기존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이오닉 V / 현대자동차
차량 명명 방식에도 차별화를 적용했다.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행성처럼 아이오닉 브랜드가 중국 고객을 중심으로 작동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첫 모델인 아이오닉 V는 비너스(VENUS)의 V를 차용한 것이다.
아이오닉 V는 길이 4900㎜의 준대형 세단으로 넉넉한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장거리 이동이 빈번한 중국 고객의 수요를 반영해 설계됐으며, 플랫폼은 합작 파트너사인 베이징자동차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아이오닉 V의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 거리)는 2900㎜로, 전장 5035㎜인 그랜저의 휠베이스 2895㎜와 비슷한 수준이다.
넓은 실내 공간 확보로 1열 1078㎜, 2열 1019㎜의 레그룸을 갖췄다. 차량의 너비는 1890㎜, 높이는 1470㎜다.
아이오닉 V /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현지 파트너사와의 기술 협업을 통해 상품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아이오닉 V의 배터리는 중국 배터리 기업 CATL과의 협업으로 제작됐다.
중국 인증(CLTC) 기준으로 1회 충전 시 600㎞ 이상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전문 기업 모멘타와 협업해 개발한 첨단 운전자 보조(ADAS) 기능도 탑재됐다. 아직 공식 출시 전이어서 ADAS 기능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서 연사로 나선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공격적인 라인업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베이징 국제 모터쇼 현장 사진 / 현대자동차
무뇨스 사장은 2단계에 걸쳐 완전한 신차 6종을 출시하는 등 향후 5년간 총 20개(부분변경 등 포함) 모델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무뇨스 사장은 "우리는 중국에서 아이오닉 브랜드를 공식 출시하며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며 "아이오닉 V는 그 첫 번째 차량"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전략의 첫 단계는 중국 소비자에 특화된 제품 개발이다. 전기차는 물론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600㎞ 주행 가능 거리, 레벨 2 플러스(+)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다.
2027년부터는 AI 어시스턴트, 레벨 2++ 등을 갖춘 소형,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추가할 예정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 / 현대자동차
2단계에서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풀사이즈 세단과 SUV, 레벨 3 자율주행을 선보이겠다고 예고했다.
현지 기업들과의 협업도 강조했다. 무뇨스 사장은 "출시될 모델들은 CATL, 모멘타 등과 협업을 통해 개발되며 기술 경연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행사 직전에는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상징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쩡위친 CATL 회장이 현대차 부스를 방문해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무뇨스 사장이 그를 맞이했다. 장젠동 베이징자동차 동사장도 부스를 방문했다.
베이징 국제 모터쇼 현장 사진 /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공격적인 라인업 확대와 함께 딜러십도 강화한다. 2030년까지 신규 매장 181개를 개설하는 등 약 10억 위안(약 2168억원)을 중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무뇨스 사장은 "모빌리티 미래는 중국에서 정의되고 있다"며 "현대차는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궁극적으로 세계를 위해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