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28일(화)

"아이오닉9으로 '공간 창출' 전술을?"... 현대차가 최근 '게임'에 진심인 이유

현대자동차의 마케팅 무대가 물리적 경기장에서 가상 세계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월드컵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쌓아온 현대차가 최근에는 게임을 새로운 브랜드 접점으로 삼고 있다.


자동차를 전시장이나 광고판 위에 세우는 대신, 게이머들이 직접 플레이하는 디지털 공간 안으로 브랜드를 밀어 넣는 방식이다.


현대자동차 x 탑일레븐: 도로에서 경기장으로, 그리고 게임 속으로현대자동차


단순한 홍보 채널의 다변화가 아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서 현대차를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만들고, 미래 모빌리티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술이 된 아이오닉 9, '공간'이라는 가치를 승리의 공식으로 치환하다


현대차는 최근 모바일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 '탑 일레븐'과 협업해 아이오닉 9을 활용한 '현대 넥스트 컵 투어'를 진행했다. 


과거의 게임 협업이 단순히 차량 모델을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번 사례 신규 모델인 아이오닉 9의 물리적 강점을 게임의 승리 공식과 직접 연결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대자동차x탑일레븐 인게임 이벤트 이미지 - 캐스퍼1현대자동차x탑일레븐 인게임 이벤트 이미지 /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단순히 차량을 전시하는 대신,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의 핵심 경쟁력인 '공간성'을 축구의 '공간 창출' 전술로 변환하여 게임 내에 녹여냈다.


게이머는 승리를 위해 게임 속 아이템이나 전술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이오닉 9의 특징을 접하게 된다.


차량의 제원이나 기능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사용자의 목적 달성을 돕는 도구로 브랜드를 경험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접근은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소비자는 브랜드 메시지를 억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게임 안에서 직접 활용하고 체감한다. 아이오닉 9의 '공간'이라는 가치가 축구 전술의 '공간 창출'로 번역되면서 제품의 장점은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현대자동차x탑일레븐 인게임 이벤트 이미지현대자동차x탑일레븐 인게임 이벤트 이미지 / 현대자동차


쿠키런·카트라이더·로블록스까지, 미래 고객과 먼저 만나는 현대차


현대차의 게임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 2025'에 참가해 자체 개발한 아케이드 게임을 선보였다.


또 경형 SUV 캐스퍼와 ‘쿠키런: 킹덤’ 협업을 진행했고, 모바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서는 아이오닉 9과 아이오닉 6를 게임 속 카트로 구현했다.


로블록스 안에서는 가상 공간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도 운영 중이다. 


현대차가 게임과의 접점을 넓히는 배경에는 미래 소비층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자동차는 가격이 높고 구매 주기가 긴 제품이다. 


당장의 구매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구매력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브랜드에 대한 친숙함과 호감을 쌓는 일이다.


image.png로블록스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 / 현대자동차


특히 Z세대와 알파세대에게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다. 친구를 만나고, 취향을 공유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일종의 디지털 놀이터다. 


현대차가 이 공간에 들어간다는 것은 미래 고객에게 "우리는 너희가 노는 방식을 이해하는 브랜드"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 전략은 단기 판매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퍼널 구축에 가깝다. 


지금 게임 속에서 현대차를 접한 이용자가 당장 차량을 구매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5년, 10년 뒤 첫 차를 고민하는 시점에 현대차가 익숙한 브랜드로 떠오를 가능성은 커진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젊은 세대에게 '오래된 제조사'가 아니라 '함께 노는 브랜드'로 인식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광고보다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에게 게임은 브랜드를 가장 부담 없이 전달할 수 있는 통로다.


컨트롤러가 된 핸들, SDV 시대를 대비한 사용자 경험의 선제적 구축


image.png현대자동차


현대차의 게임 마케팅은 단순히 젊은 세대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즉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자동차는 엔진 성능이나 차체 디자인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차량 안에서 어떤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지,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빠르게 업데이트되는지, 운전자와 차량이 얼마나 직관적으로 상호작용하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된다.


이 지점에서 게임은 현대차가 미래차의 사용자 경험을 대중에게 쉽게 보여줄 수 있는 매개체다. 


image.png현대 모바일 어드벤처 / 현대자동차


게임은 이미 정교한 UI, 빠른 반응성, 몰입형 화면 구성에 익숙한 산업이다. 현대차가 게임을 통해 사용자와 접점을 넓히는 것은 향후 차량 인포테인먼트, 커넥티드 서비스, 모빌리티 플랫폼 경험을 설계하는 데도 참고가 될 수 있다.


로블록스와 같은 가상 공간에서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미래 이동수단을 놀이 형태로 보여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려운 기술 용어를 설명하기보다, 사용자가 직접 움직이고 체험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현대차의 게임 행보는 결국 자동차 브랜드 경쟁의 무대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더 좋은 차를 만들고, 더 큰 광고판에 노출하고, 더 많은 스포츠 이벤트를 후원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비자가 어떤 디지털 경험 속에서 브랜드를 만나느냐가 중요해진다.


현대차가 게임 속으로 들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가벼운 이벤트가 아니라, 미래 고객의 시간과 감각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를 이제는 게임 속 픽셀 위에서 다시 설계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