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시작해 부산 중앙시장을 휩쓸고 연 매출 1조 원의 패션 제국을 건설한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4년 만에 수십억의 빚을 갚은 집념과 300가구의 집을 고쳐준 따뜻한 나눔이 교차하는 그의 40년 비즈니스 성공기가 공개돼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22일 방송된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는 국내 의류 산업의 산증인이자 세정그룹의 수장인 박순호 회장이 출연해 굴곡진 인생사와 경영 철학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1962년 가난한 집안의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박 회장은 끼니조차 챙기기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려운 가계 형편 탓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14세부터 농사일에 뛰어들었던 소년은 16세에 마산의 한 속옷 도매상에 무급으로 취직하며 처음 장사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청년 박순호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 계기는 부산 중앙시장에서 시작됐다. 보증금도 없이 성실함과 패기만으로 주인집을 설득해 상가를 얻어낸 그는 특유의 집요함으로 130여 개 소매상을 독점하며 시장을 장악했다. 당시 그는 "돈을 포대로 쓸어 담아 가져왔다. 너무 많아서 지폐인지 종이인지 구분조차 안 될 정도였다"며 20대에 이미 '꼬마 재벌'로 불렸던 전설적인 전성기를 회상했다.

이후 의류 제조업으로 눈을 돌려 국내에서 두 번째로 면 티셔츠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고, 봉제선 없는 목폴라를 개발해 히트시키며 2011년에는 마침내 연 매출 1조 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그의 성공 뒤에는 뼈아픈 시련도 있었다. 계절 예측 실패로 수십억 원 가치에 달하는 재고가 쌓이며 파산 위기에 몰렸던 순간, 그는 도망치는 대신 원단 공장 사장을 찾아가 정면 돌파를 택했다.
4년간 밤낮없이 일해 모든 채무를 전액 상환한 그의 일화는 훗날 드라마 '패션 70's'의 실제 모델이 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이번 방송에서는 사옥이 줄지어 선 거대한 '세정 타운'의 위용과 함께, 수녀가 되려는 딸을 붙잡기 위해 별채를 지어준 애틋한 부성애 등 개인적인 사연도 최초로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박 회장이 대중에게 더 큰 울림을 준 것은 그의 나눔 행보다. 지난 40여 년간 누적 기부액만 400억 원에 달하는 그는 2010년 포브스아시아 선정 '아시아 최고 기부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300가구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 '집 고쳐주기 프로젝트'와 아너 소사이어티 전국 5위 수준의 기부 규모는 진행자인 서장훈마저 놀라게 했다.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가죽이 해진 안마 의자를 그대로 사용하는 검소한 일상을 보여준 그는 "돈은 죽을 때 가져갈 수 없는 것"이라며 "피땀 흘려 번 돈을 가치 있게 쓰는 것이 진짜 부자의 자세"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박순호 회장의 드라마틱한 인생 역전 스토리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담은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박순호 편은 현재 넷플릭스와 웨이브(Wavve) 등 OTT 플랫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