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원료와 정직한 이미지로 여성 소비자들의 두터운 신뢰를 쌓아온 화장품 브랜드 '시드물'이 유명 인터넷 방송인(BJ) 과즙세연과의 협업 제품을 출시했다가 거센 비난 여론에 부딪혀 사업을 전면 철회하고 고개를 숙였다.
논란의 불씨는 지난 19일, 과즙세연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드물과의 광고 협업 영상을 공개하며 시작됐다. 영상에서 과즙세연은 평소 자신이 애용하던 브랜드라며 직접 먼저 연락해 이번 기획 세트가 성사됐음을 강조했다.
시드물 측 역시 초기에는 과즙세연의 진심 어린 후기가 협업의 계기가 되었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제품 공개 직후 주 고객층인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분노가 터져 나왔다. 과즙세연이 노출 수위가 높은 이른바 '벗방' 콘텐츠로 인지도를 얻고 수익을 창출해온 인물이라는 점이 지적되면서, 여성의 성 상품화 논란이 있는 인물을 브랜드 얼굴로 내세운 것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공식 홈페이지에는 "10년 넘게 지켜온 자연주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여성 타깃 브랜드가 여성 성 상품화 BJ를 기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매 운동과 탈퇴 인증글이 줄을 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시드물은 21일 공식 홈페이지와 카페를 통해 즉각 사과문을 게재하고 해당 제품의 판매를 종료·삭제했다.
시드물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이벤트 공지 / 엑스(X)
시드물 대표는 직접 입장문을 내고 "제품 개발에만 몰두하다 보니 외부 마케팅 검토가 소홀했다"며 "세상 물정을 몰라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미흡한 판단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브랜드가 지향해온 가치와 고객의 신뢰를 저버린 점에 대해 거듭 사죄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모델 한 명을 교체하거나 판매를 중단한다고 해서 이미 금이 간 브랜드 정체성이 단숨에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와 공식 카페 등에서는 "여성 인권을 마케팅 도구로만 활용해온 것 아니냐"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시드물이 추구해온 '진정성'과 '자연주의'라는 가치가 노출 위주의 콘텐츠로 수익을 올리는 인물과 결합했다는 사실 자체에 깊은 배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한 오랜 단골 고객은 "세상 물정을 몰랐다는 사과는 변명처럼 들린다"며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정립하지 않는다면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과즙세연 / Instagram 'lovely_._v'
또한 이번 사태는 뷰티 업계 전반에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리스크 관리'라는 무거운 숙제를 던졌다. 제품력만으로 승부해온 기업일수록 외부 협업 시 타깃 고객층의 가치관과 모델의 이미지가 부합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시드물이 '초심'을 강조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돌아선 충성 고객들의 마음을 돌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진정성 있는 행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