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04일(수)

사내이사 재선임 앞둔 조현준 회장... 효성중공업 독주 속 '균형 성장' 시험대 올랐다

효성이 2년 연속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수익의 무게중심이 점점 한쪽으로 기우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효성중공업의 독주가 그룹 전체를 끌어올리는 동안, 섬유와 화학 부문의 회복 속도는 여전히 더딘 모습입니다. 이 구조가 고착될수록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한층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2025년) 효성중공업은 연결 기준 영업이익 747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2024년) 대비 106% 급증한 수치입니다. 수주잔고도 11조 9천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이 촉발한 전력 인프라 수요 급증이 그 배경으로 꼽힙니다. 변압기, 차단기, 배전반으로 이어지는 전력 솔루션 체인을 완성한 효성중공업은 이 호황의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수치만 보면 그룹 전체 실적 개선의 공식은 단순해 보입니다. 그러나 시장 분석가들은 이 성장의 질이 분명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그룹 차원의 체질 개선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중공업의 독주는, 다른 두 계열사의 부진을 도드라지게 하고 있습니다.


효성티앤씨는 영업이익이 7.1% 감소했고, 순이익은 더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스판덱스와 나일론 시황이 중국발 공급 과잉에 여전히 눌려 있는 탓입니다. 효성화학의 상황은 더욱 냉정합니다. 영업손실은 1605억원에 달했고, 순차입금비율은 235.5%에 이릅니다. 설비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동시에 진행 중인 효성화학에 2026년은 생존 방정식을 다시 써야 하는 해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세 계열사의 실적 편차는 단순한 업황 차이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그 폭이 지나치게 큽니다. 효성중공업이 영업이익을 두 배로 늘리는 동안, 나머지 두 회사는 합산 기준 적자 또는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시장이 이 비대칭 구조를 두고 그룹의 구조적 리스크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image.png인사이트


효성중공업의 배당 총액은 233억원에서 466억원으로 정확히 두 배 늘었습니다. 영업이익 증가율과 같은 흐름입니다. 효성티앤씨는 최근 3년간 매년 432억원의 고배당을 유지해왔습니다. 수익성이 줄어드는 구간에서도 배당 기조를 꺾지 않았습니다.


실적 편차가 큰 상황에서 배당 기조 유지 여부는 주주친화와 재무 유연성 사이의 선택 문제로 읽힙니다. 특히 순차입금비율이 200%를 넘는 효성화학이 그룹 내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다른 계열사의 배당 확대는 자본 배분 전략의 일관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실적이 좋을 때 배당을 늘리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전체가 좋지 않을 때도 같은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는 19일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는 조현준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함께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가 의제로 오릅니다. 집중투표제 도입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분명한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소수주주가 이사 선임 과정에서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입니다.


조현준 효성 회장 / 사진제공=효성조현준 효성 회장 / 사진제공=효성


다만 시장은 제도의 형식만이 아니라 그 타이밍도 함께 봅니다. 실적 쏠림이 커지는 시점에 나온 제도 정비라는 점에서, 이번 지배구조 개선이 책임경영의 진정성을 담고 있는지, 아니면 재선임 국면에서의 명분 쌓기인지도 함께 평가받게 될 전망입니다. 결국 그 해석의 무게는 주총 이후 어떤 자본정책과 사업 재편 신호가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효성이 흔들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효성중공업이라는 강한 엔진이 그룹 전체 실적을 떠받치고 있는 만큼, 수익 구조가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점은 시장의 질문으로 남고 있습니다. 하나의 계열사가 그룹 대부분을 끌고 가는 구조가 장기 전략인지, 과도기인지에 대한 평가는 결국 조현준 체제가 앞으로 내놓을 숫자와 실행에 따라 갈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