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수)

서울시-롯데, 제2롯데월드 도로 공사비 430억 놓고 갈등



서울시, "임시사용 전까지 합의해야" VS 롯데 "교통개선에만 5천억 난감"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을 놓고 서울시와 롯데측이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서울시가 또다시 추가 부담을 요구하면서 진통을 빚고 있는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서울시가 주민 민원을 이유로 롯데 측에 제2롯데 인근 도로 1.2㎞를 지하화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롯데측이 난감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수용할 경우 주변환경 개선비용으로만 5천억원 이상을 투입, 롯데월드 총사업비(3조5천억원)의 15% 가량을 차지하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 이는 통상 5% 안팎인 주변 인프라 구축비의 3배에 달하는 액수다.

서울시는 지난달 제2롯데 임시사용 승인 신청을 불허하면서 80여개 지적사항을 제시했고, 최근 롯데 측에 오는 18일까지 보완대책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롯데 측은 이를 최대한 받아들이기로 했으나 올림픽대로 하부 미연결구간 공사를 놓고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잠실대교 남단 부근 올림픽대로 하부도로의 잠실주공5단지∼장미아파트 뒷길 미연결구간을 연결하는 공사로 서울시의 교통체계 개선 사업 중 하나다.

롯데 측은 2009년 서울시와 합의한 기본계획에서 총 1.12㎞ 중 잠실대교 남단의 지하 연결구간 520m를 직접 공사하거나 480억원을 부담키로 했다.

기본계획 수립 당시에는 48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계산됐으나, 정밀 실시설계 결과 주변 아파트 방음벽 건설 비용 등이 추가돼 약 680억원으로 증액됐다. 

롯데 측은 이 비용까지도 수용했으나, 주변 주민들이 새 도로가 생기면 배드민턴장·게이트볼장 등으로 활용하던 공간이 사라지고 교통량이 많아져 불편을 겪게 된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이를 이유로 1.12㎞ 전 구간을 지하화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롯데 측으로선 추가 부담에 또 추가 부담을 떠안는 것으로, 사업비가 1천1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주변 환경 공사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큰 부담에 대해 롯데 측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 지자체가 사업 승인권을 내세워 민원해결 책임과 재정부담을 기업에 떠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방식이 통용되면 대규모 투자를 동반하는 건설사업을 꺼리게 되는 부작용이 불가피 하다는 지적이다. 막대한 재원을 들인 대규모 건설사업의 경우 하루하루 이자부담만도 엄청난데 불가측한 이유로 승인이 지연될 경우 사업 리스크가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롯데 측은 그동안 올림픽대로 하부 미연결구간 공사를 비롯, 지하 버스 환승센터 조성에 1천200억원, 탄천변 동측도로(뚝방길) 확장공사에 450억원을 투입하는 등 총 4천700억원에 달하는 교통투자를 확정해놨다. 

이미 투자된 것만 ▲ 2호선 지하철역 광장 조성 ▲ 8호선 지하철역 연결통로 조성 ▲ 올림픽로 강남방향 출차램프 설치 ▲ 잠실길 지하차도 조성 ▲ 교통체계관리장치(TSM)·가변전광판(VMS) 설치 ▲ 지하 자전거 주차장 조성 등 2천370억원이다.

또 탄천 둑 옆에 고가도로를 세워 둑길을 왕복 4차로로 확장한다는 서울시 계획에 맞춰 롯데는 공사부담금으로 450억원을 이미 납부했다.

국내 최초의 지하 버스환승센터 조성 공사가 2016년 9월 완공되면 종점인 잠실역 사거리에서 유턴하는 총 19개 노선버스가 지하에서 유턴할 수 있어, 잠실 일대 차량정체가 대폭 해소된다.

잠실역 사거리 지하보행광장은 지하철 2·8호선 잠실역과 지하 버스환승센터를 연결해 시민이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잠실역 사거리의 교통량을 분산하기 위해 제2롯데월드와 석촌호수 사이 4차선 지상도로를 6차선 지하도로로 확장하는 공사는 이미 마무리됐다.

이 밖에 교차로와 연결가로에 33개의 새 신호기를 도입해 교차로 구조를 개선하고 차로 운영을 조정하기 위한 교통체계관리 작업도 완료됐으며, 첨단교통안내 장비인 VMS 설치 작업도 9월까지 끝난다.

롯데 그룹 관계자는 "잠실역 사거리의 네 귀퉁이 중 3곳이 롯데 그룹의 사업장"이라며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지역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과감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올림픽대로 남단 하부도로 1.2㎞ 전구간 연결 지하화 공사를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간선도로계획팀 관계자는 "탄천 동측도로는 롯데가 450억원을 시에 기탁했기 때문에 롯데에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며 "올림픽대로 남단 도로 연결 공사의 경우 인근 아파트 주민 민원을 해결하려면 430억원의 비용이 더 들어가는데, 이를 롯데가 전액 부담할지 시와 나눠서 부담할지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가 일단 임시사용을 허가해주고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자고 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상호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가 없다는 공문을 보내줄 수는 없다"며 "임시사용 전까지는 반드시 합의를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제2롯데월드 운영 승인을 총괄하는 서울시 건축기획과 관계자는 "80여개 보완 사항 가운데 롯데가 50% 이상은 이행했다는 보고를 받았으며, 나머지는 시시각각 구두로 진행상황을 보고받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가 보완 대책을 제출하면 관계 부서 협의를 거쳐 현장 점검이 완료돼야 한다"면서 "최대한 빨리 검토를 마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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