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안전한 놀이를 위해 설치된 놀이터 고무 바닥재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폐타이어를 재활용해 만든 고무 분말에서 유독성 화학물질이 방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관련 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4일 헬스조선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 마리아 퀴리-스클로도프스카대 연구팀이 폐타이어로 제작된 미세 고무 분말을 분석한 결과,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가 대량 검출되었습니다. PAHs는 흡입이나 피부 접촉을 통해 인체에 흡수될 경우 간 손상과 생식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일부 성분은 발암물질로 분류됩니다.
연구진은 재활용 고무에 함유된 전체 PAHs 농도뿐만 아니라 물에 용해되어 생물체에 실제 흡수될 수 있는 '생체 이용 가능한 PAHs' 수치도 함께 측정했습니다. 분석 결과 고무 입자가 작을수록 독성 화합물이 물과 토양으로 더 쉽게 용출되어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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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PAHs 농도는 입자 크기에 따라 킬로그램당 49~108mg 범위로 측정되었으며, 가장 미세한 입자에서 최고 농도가 검출되었습니다. 입자가 미세해질수록 표면적이 확대되면서 독성 물질의 용출량이 증가하고, 체내 흡수 위험도 함께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일부 시료에서는 아연, 구리 등의 중금속도 발견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확인되었습니다. 2024년 한국소비자원이 서울·경기 지역의 사용 승인 25년 차 이상 노후 아파트 놀이터 32개소를 조사한 결과, 정밀 분석이 가능했던 7개소 중 6개소의 고무 바닥재에서 PAHs가 한국산업표준(KS)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었습니다.
일부 놀이터에서는 발암가능물질인 납이 기준치를 넘어서는 수치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연구팀은 실제 생물학적 위험성을 검증하기 위해 토양 서식 무척추동물인 톡토기와 정원 크레스 식물, 발광 해양 박테리아를 고무 입자와 고무 입자가 용해된 물에 노출시키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 결과 모든 생물체에서 부작용이 관찰되었으며, 가장 작은 입자는 여러 실험에서 생물체의 생존율과 성장, 번식 활동 등 생물학적 기능을 현저히 저하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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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심각한 문제는 시간이 경과할수록 위험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태양광과 열, 습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고무가 더욱 미세하게 분해되면서 유해 물질 방출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연구진이 인용한 기존 연구에 따르면 자외선에 노출된 고무 분말은 PAHs와 중금속의 용출량이 새 제품 대비 최대 24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여름철 고온 환경에서 야외 활동 시 노출 위험이 급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연구 책임 저자인 패트릭 올레슈추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폐타이어 고무의 환경 안전성이 입자 크기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라며 "미세 입자는 놀이터나 스포츠 시설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특히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세심한 규제가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연구팀은 고무 분말의 장기적인 안전성 모니터링과 안전한 대안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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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일상생활에서 노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놀이터 이용 후 반드시 비누로 손·발 씻기 ▲인조 잔디 위에서 음식 섭취 금지 ▲기온이 높고 햇빛이 강한 날에는 야외 활동 자제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피부 접촉과 손-입 경로 노출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및 생지화학적 과정(Environmental and Biogeochemical Processes)'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