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20일(화)

삼성家, 꼼수 없이 12조 상속세 납부 '종결' 수순... 이재용 회장, 경영권 방어는

삼성 오너 일가의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상속세 납부가 사실상 종착역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상속 개시 이후 6년에 걸쳐 꾸준히 납부해 온 세금이 1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마지막 회차를 앞두고 재원 확보 움직임도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기업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위기 속에서도 조금의 꼼수도 없이 '성실 납부'를 깔끔하게 해낸 점은 그 자체로 평가할 대목입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상속세 납부 과정을 두고 "결국 선택의 문제였다"는 말이 나옵니다. 상속세는 법이 정한 의무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각종 우회, 지연, 논쟁이 따라붙곤 합니다. 삼성家는 그 길로 가지 않았습니다.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액수도, 상징성도 국내에서 보기 드문 규모였습니다. 그럼에도 신고와 연부연납 절차에 맞춰 장기간에 걸쳐 납부를 이어오면서, '역사상 다시 보기 어려운 금액의 상속세를 가장 정석적으로 처리한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에 공헌한 것에 비해 다소간 차가운 시선도 받았던 삼성家의 이런 선택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 '신뢰'를 더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과정을 더 주목합니다. 그 이유는 납부 방식이 단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삼성 오너 일가는 그간 보유 지분 매각과 이자를 납입해야만 하는 '대출' 등 금융 조달을 병행하며 재원을 마련해 왔습니다. 2022년에는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삼성전자와 삼성SDS 지분을 처분하기도 했습니다. 


이서현 사장은 '우량주'로 평가되는 삼성생명 주식을 추가로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보유하고 있으면 향후 더 가치가 오를 것이 자명한 주식도 의무를 다하기 위해 매각한 것입니다. 


홍 명예관장은 시가총액 1천조원을 넘어 1조달러(한화 약 1,475조원)를 바라보는 삼성전자 주식을 무려 1500만주나 '유가증권 처분 신탁'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일 종가 기준 금액이 2조원대로 추산된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뉴스1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뉴스1


한 번에 시장에 물량을 쏟아내는 블록딜 방식이 아닌, 신탁을 통해 처분의 속도와 시점을 조절하는 형태의 계약이었습니다. 주주를 고려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 장치를 꾸린 것으로 판단됩니다. 재계는 오는 4월로 예정된 최종 납부에 이 매각 대금을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대비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상속 이후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블록딜이나 장내 매도로 처분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이 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약 19.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개인 기준 삼성생명 지분도 10%대 초반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 직접 보유 지분은 약 1.6% 수준입니다.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전자와 주요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은 핵심 축으로 꼽힙니다. 이 회장이 이들 지분을 매각하는 순간, 단순히 상속세 재원 마련 차원을 넘어 그룹 지배력의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해석이 따라붙습니다. 


결국 "세금을 내되, 지배구조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킨 셈입니다. 심지어 개인 최대주주로 9.2%를 보유한 삼성SDS 지분도 상속세 재원 마련에 활용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 회장이 지분 매각 대신 보유 주식을 담보로 한 금융권 주식담보대출과 배당금 등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삼성전자의 고배당 기조 역시 결과적으로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에 일정 부분 기여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팔지 않고도 현금을 만들 수 있는 길을 택했고, 그 과정에서 '경영권 방어'라는 최우선 목표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사진제공=삼성전자


정리하면, 삼성가의 상속세 납부는 두 가지를 동시에 증명하는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첫째, 국내에서 가장 상징적인 규모의 상속세를 회피가 아니라 정면 납부로 처리했다는 점입니다. 


둘째, 그 과정에서 핵심 지분을 지키며 그룹 지배력의 연속성을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법적 의무를 다했다"는 메시지와 "경영권은 굳건하다"는 이 두가지는 상징하는 바가 커보입니다. 또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다소 박한 한국 사회에서 "내야 할 세금을 제대로 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고, 신뢰도를 높여주는 데 기여할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편 삼성 오너 일가는 2021년 4월 상속세를 신고하며 연부연납을 신청했고, 납부는 5년간 6회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마지막 납부 기한은 2026년 4월로 잡혀 있습니다. 현재까지 5회차 납부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남은 한 번의 절차까지 마무리되면 '12조원대 상속세'라는 거대한 이슈는 사실상 종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