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13일(화)

"'중앙회 눈치'가 통제까지 흔들었나"... 농협은행, 인사 개입 정황에 파장 커져

농협중앙회 고위 임원이 NH농협은행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검찰 공소장에 적시되면서, 농협은행의 내부통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농협은행은 지배구조상 중앙회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중앙회 내부 비위 의혹과 통제 취약성이 정부 특별감사에서 드러난 직후여서, 이번 사안이 금융계열사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13일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법무부가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실에 제출한 공소장에는 농협은행에 직접 인사권한이 없는데도,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지위를 이용해 특정 인사를 핵심 대출 심사 부서 부장으로 앉히도록 요구해 인사안을 바꾸게 했다는 혐의(업무방해)가 적시돼 있습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검찰은 중앙회 고위직이 인사청탁 민원을 '특담(특별상담)' 대상으로 분류해 중앙회 인사팀을 거쳐 계열사 인사부에 전달하고, 반영을 거듭 요구해 온 관행이 있었다고도 적시했습니다.


공소장에는 중앙회 의견을 잘 반영한다는 이유로 은행 인사부장을 교체했다는 진술도 담겼습니다. 지 부회장이 당시 농협은행장에게 "인사부장 교체가 중앙회장 의견"이라는 취지로 전달했고, 이후 실제로 교체가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은행 인사 실무진이 "은행장이 아무런 역할을 못 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포함됐습니다.


검찰은 지 부회장에게 증거인멸교사, 증거은닉교사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수사가 시작되자 비서를 시켜 휴대전화를 파손해 폐기하도록 했다는 내용입니다. 비서가 휴대전화를 보관하다 망치로 부수고 물을 뿌린 뒤 버린 정황, 검찰 조사에서 폐기 장소를 다른 곳으로 말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공소장에 적시됐습니다.


농협은행은 해당 사안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는 인사 개입 정황이 단순한 '인맥' 문제가 아니라 내부통제의 핵심과 맞닿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여신 심사, 리스크 관리, 준법감시 같은 통제 기능은 결국 조직과 사람으로 움직입니다. 인사 원칙이 흔들리거나 특정 보직에 예외가 반복되면, 통제 라인이 독립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국 고객이 피해를 보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게 공통된 인식입니다. 


origin_기념사하는강호동농협중앙회회장.jpg강호동 농협중앙회장 / 뉴스1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농협중앙회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내놓고,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구조적 문제를 전면에 올리면서 논쟁은 더 커졌습니다. 감사 결과에는 중앙회장의 과도한 경비 집행, 임직원 혜택, 불투명한 예산 집행, 폐쇄적인 내부통제 운영 등 문제가 담겼습니다. 농식품부가 추가 감사와 제도 손질을 예고하자, 중앙회 문제를 중앙회 내부 사안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상황입니다. 


농협은행이 중앙회 파장과 분리되기 어려운 것은 지배구조 때문입니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 구조를 근거로 중앙회가 은행장 선임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수 있고, 자회사 지도·감독과 인사 교류 제도 등을 통해 농협은행 인사업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정부의 개혁 움직임이 금융권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변수입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농협은 협동조합이라 조합원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지배구조의 문제가 있다"며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농협을 개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농식품부는 이달 중 '농협 개혁 추진단(가칭)' 구성을 예고했고, 추가 감사 과정에서 국무조정실과 금융당국이 참여하는 범정부 합동 감사체계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NH농협은행, '비대면적립식펀드' 가입 고객 대상 이벤트 실시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사실, 농협은행은 고객 자금 관리 사고·단위농협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며 내부통제 부실 논란에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중앙회가 금융지주와 은행을 통제하고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은 검찰만의 시각은 아닌 것으로 알려집니다.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지주들과 지배구조가 다르다"며 "감독당국보다 중앙회를 더 의식하는 문화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이번 계기로 끊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지난해 말 농협금융이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한 과정에서도, 중앙회가 집행임원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흐름과 맞물리면서 '쇄신'과 '장악'이 동시에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농협중앙회는 특별감사 결과와 관련해 "혁신방안을 발표했고, 감사결과를 반영해 추가로 고칠 부분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밝혔습니다. 다만 공소장에 적시된 '특담' 관행과 인사 개입 정황이 사실로 굳어질 경우, 농협은행은 내부통제의 출발점인 '인사 독립성'부터 다시 손질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2026-01-13 09 19 42.jpg강태영 농협은행장 / 뉴스1


금융권 관계자들의 관심사는 두 가지 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특담(특별상담)'이 어느 범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는지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드러나느냐, 그리고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추가 감사와 범정부 합동체계가 실제로 금융지주와 은행의 검사·점검으로 이어지느냐입니다. 


중앙회 리스크의 불씨가 농협은행 통제 체계를 어디까지 흔들지, 금융권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