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과 재난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2025년 산불과 화재, 각종 재난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임무를 수행하던 소방관과 경찰, 공직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지난 26일 이재명 대통령은 위험직무 수행 중 순직한 공직자들의 유가족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대한민국이 이렇게 안전한 나라가 된 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묵묵하게 헌신해 온 분들, 특히 공직자들의 땀과 노력, 희생과 헌신이 있었던 덕분"이라며 깊은 감사를 전했습니다.
올 한 해도 재난 현장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시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 영웅들이 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되돌아보겠습니다.
지난 4월 9일 대구 동구청에 마련된 산불 진화 헬기 조종사 故 정궁호 기장의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며 명복을 빌고 있다. 2025.4.9/뉴스1
지난 봄 경상도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 진화 과정에서 두 명의 헬기 조종사가 순직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故 정궁호 기장은 지난 4월 6일 대구 산불 진화에 투입 되었다가 헬기 추락으로 순직했습니다. 1986년 7월 경찰 항공대에 입직한 그는 2011년 6월 퇴직하기까지 25년간 하늘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켰습니다. 2017년부터는 경북 영덕군 소재 항공사에서 헬기 조종을 맡았던 베테랑 조종사였습니다.
정 기장은 대구 동구청 소속 산불진화헬기를 담당하며 신고를 접수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출동했습니다. 당시 그는 주민 대피 상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헌신적으로 진화 작업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재직 시절 비행시간은 3천870시간, 입직 이전 군 복무 중 기록한 비행시간도 3천774.9시간에 달합니다. 평생을 재난 구조 현장 가장 가까이 있었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임무를 다했습니다.
지난 3월 28일 오전 경북 의성군청소년문화의집에 마련된 산불 진화 헬기 추락 사고 희생자 고(故)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를 찾은 의용소방대원들이 애도하고 있다. 2025.3.28/뉴스1
이에 앞서 故 박현우 기장은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 되었다가 지난 3월 26일 헬기 추락으로 순직했습니다. 40년 비행 경력의 베테랑인 박 기장은 육군항공대 소속 헬리콥터 기장으로 오랜 기간 복무하다 전역 후 임차업체에 재취업한 상태였습니다.
박 기장은 2022년 울진 산불 당시에도 진화 헬기를 몰며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했고, 같은 해 5월에는 경북·강원 산불 진화 유공자로 인정받아 정부 포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늘 조용하고 겸손하게 "나는 비행이 제일 좋다"는 말만 남긴 채,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온 조종사였습니다.
특히 사고 당시 박 기장은 민가 쪽으로 향하던 헬기를 마지막 순간 야산으로 돌려 2차 피해를 막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시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한 그의 선택은 진정한 영웅적 행동으로 남았습니다.
지난 9월 15일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영흥도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구조하다 숨진 故 이재석 경사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2025.9.15/뉴스1
故 이재석 해양경찰관은 지난 9월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도 인근 갯벌에 70대 노인이 고립됐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가 구조 작업 도중 순직했습니다. 밀물이 차오르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구조에 나섰습니다.
당시 이재석 경사는 갯벌에 빠져 다리를 다친 구조 대상자에게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 건넸고, 함께 헤엄쳐 나오던 과정에서 끝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자신의 안전보다 구조 대상자의 생명을 먼저 생각한 선택이었습니다.
이 경사는 2021년 7월 임용돼 인천해양경찰서에서 근무해 왔습니다. 해양경찰교육원 교육생 시절에는 교육원장 표창을 받을 만큼 책임감이 강하고 근면성실한 인물로 평가 받았습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해양경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대한민국이 안전한 나라가 된 것은 이들의 희생 덕분"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처럼, 2025년 한 해 국민의 일상과 안전이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불길과 재난의 최전선에서 생명을 지켜낸 이들의 숭고한 헌신이 있었습니다.
국민을 지키다 떠난 이들의 이름 앞에서, 우리 사회는 최소한 이들을 기억하고 숭고한 희생을 기리며 추모의 시간을 오래도록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