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이 촉발한 중일 외교 갈등이 일본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인한 일본의 경제적 손실이 내년에 1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경고가 제기되면서, 일본 관광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 X 'takaichi_sanae'
지난 10일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관광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난달부터 격화된 중일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일본 경제의 핵심 축인 관광업이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일본 제2의 경제도시인 오사카가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방일객의 여행 소비액은 8조1000억엔(약 76조원)에 달했으며,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였습니다.
오사카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대표적인 도시로 꼽힙니다.
시장조사업체 차이나트레이딩데스크의 조사 결과, 지난달 중일 갈등 발생 이후 오사카행 중국인 관광객 예약이 55~66%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오사카 지역 내 중국인 관광객들의 명품 소비 규모도 월 기준으로 거의 절반 수준인 4000만~6000만달러(약 882억1200만원)로 줄어들었습니다.
오사카 호텔업계의 타격도 심각합니다. 호텔 예약 취소율이 50~70%에 육박하고 있으며, 간사이공항은 일본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항공편 감축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사카 관광사무소에 따르면 주요 교통 및 레저 중심지인 난바 지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오사카 중심부에서 약 80개의 휴가용 임대 숙소를 운영하는 덴류 린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갈등 심화로 연말까지 600건이 넘는 예약이 취소됐다"며 "이는 중국인 관광객 1000명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내가 아는 부동산, 여행 업계의 모든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국인 관광객 이탈이 지속되면 경제에 광범위한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일본종합연구소(JRI)의 코미야 히로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인 관광객 급감 압박은 음력 설을 앞두고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온천, 스키 리조트 등 겨울 여행지들이 특히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령이 지속되면 내년 일본의 경제적 손실이 1조2000억엔(11조2582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코미야 이코노미스트는 일본과 중국 간 갈등이 예상보다 빠르게 완화되면 피해 규모가 5000억엔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현재 양국의 조기 긴장 해소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령이 해제되더라도 중국인 관광객 수의 완전한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중국 당국은 앞서 일본 여행 자제령을 발표하면서 자국 항공사들에 2026년 3월까지 일본행 항공편 감축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차이나트레이딩데스크의 수브라마니아 바트 CEO는 "내년 3월 이후 중국 항공사의 일본 노선 운항이 재개되더라도 중국인의 여행 선호지가 한국과 동남아시아로 이동한 만큼 일본이 시장 점유율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일본은 앞으로 12~18개월 동안 잃어버린 중국인 관광객의 최대 3분의2 정도만 되찾을 수 있다"며 중국을 일본 관광의 무한한 성장 엔진으로 간주하던 시대는 당분간 없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