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수도권을 덮친 폭설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경고처럼 다가왔습니다. 제설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도로 위에서는 차량 수십 대가 연쇄적으로 미끄러졌고, 퇴근길 도로는 사실상 멈춰 섰습니다.
겨울철 노면은 운전 실력보다 준비된 차량이 차이를 만드는 환경입니다.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가면 차량의 주요 부품 성능은 평상시 대비 급격히 저하됩니다. 배터리 출력은 감소하고, 타이어는 딱딱해져 접지력을 잃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관리가 부족한 차량일수록 사고 위험은 급격히 상승합니다. 때문에 겨울철 차량 점검은 차량 관리가 아니라 안전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된 지금, 사고와 돌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운전자라면 반드시 체크해야 할 겨울철 차량 관리 핵심 항목 5가지를 정리했습니다.
배터리 점검은 우선순위 1번입니다
겨울철 차량 시동 불량의 60% 이상은 배터리 성능 저하에서 비롯됩니다. 기온이 낮아지면서 배터리 내부 화학 반응 속도가 떨어져, 여름 대비 출력이 30~50%까지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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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증상이 있다면 점검 또는 교체를 고려해야 합니다.
ㆍ시동 모터 소리가 평소보다 약하거나 길어짐
ㆍ계기판이나 실내등 밝기가 흔들림
ㆍ공회전 상태에서 전조등이 흐릿하게 보임
국내 정비업계는 일반적으로 출고 후 3~5년 또는 전압 12.4V 이하일 경우 교체를 권장합니다. 블랙박스 상시 전원을 사용하는 차량이라면 주기적으로 전압을 체크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출시되는 대부분의 배터리는 인디케이터가 부착돼 있어 육안으로도 상태 확인이 가능합니다.
타이어는 '공기압·마모도·계절용 제품' 3가지가 핵심입니다
눈길 사고는 대부분 타이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차량에서 발생합니다. 기온이 떨어지면 타이어 고무는 단단해져 노면과의 접지력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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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떨어지면서 타이어 공기압이 떨어지는 것도 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적정 공기압보다 28.6% 낮은 공기압 상태에서 주행하면 제동 거리가 약 2.2m 늘어났다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및 정비업계에서는 다음 기준을 권장합니다.
ㆍ공기압: 기온이 떨어지면 자연적으로 낮아지므로 한 달 1회 이상 점검
ㆍ트레드 마모 한계선(1.6mm) 도달 전 교체
ㆍ겨울철 영하 지속 시 겨울용 타이어 고려
겨울용 타이어는 영하 7도 이하 환경에서 제동력·곡선 주행 안정성이 향상됩니다. 전륜구동 차량이라도 앞뒤 모두 장착해야 균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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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수와 부동액 비율 확인이 필요합니다
냉각수는 엔진을 식히는 역할뿐 아니라 동결 방지·부식 방지 기능도 담당합니다. 냉각수가 얼면 부피가 팽창하면서 라디에이터는 물론 엔진 블록까지 파손시킬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비 표준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ㆍ부동액 : 물 = 약 50 : 50 유지
ㆍ대부분 차량은 이 비율로 -38 ~ -40도 내외까지 대응 가능
ㆍ교체 주기 2년 또는 4만 km 권장
부동액과 물을 5:5 비율로 혼합하면 한국의 대부분 지역의 겨울 날씨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강원도 산간 지역 등 추운 지역을 자주 오간다면 6대4 비율로 부동액 농도를 높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한, 여름용 워셔액은 영하에서 얼 수 있으므로 동절기용 워셔액으로 교체하면 좋습니다. 워셔 노즐이 얼었다면 뜨거운 물 대신 미지근한 물로 녹이는 것이 안전합니다.
와이퍼는 시야 확보를 위한 '소모품'입니다
겨울철에는 눈·서리·도로 염화칼슘으로 앞유리가 쉽게 더러워지기 때문에 와이퍼 사용 빈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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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얼음에 의해 고무 날이 경화거나 찢어져 유리에 스크레치가 생기기도 합니다. 따라서 적정한 시기에 와이퍼를 교체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교체 시기는 다음 기준을 참고합니다.
ㆍ작동 시 소음 발생
ㆍ닦고 난 뒤 줄무늬·미세 얼룩 남음
ㆍ시야 일부만 닦이는 경우
겨울용 와이퍼가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겨울용 와이퍼는 고무 날을 감싸는 커버가 있어 눈과 얼음이 달라붙지 않습니다. 다만 일반 와이퍼보다 비싸고, 봄에 다시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6개월~1년 주기 교체가 권장됩니다. 주차 시에는 와이퍼를 세워두거나 유리 보호 필름을 사용하는 방법도 도움이 됩니다.
빙판·블랙아이스 대비 운전 습관이 매우 중요합니다
블랙아이스는 겨울철 교통사고의 복병과 같은 존재입니다. 일반 얼음처럼 눈에 잘 띄지 않아 운전자가 식별하기 어렵고, 노면 마찰력이 급격히 떨어져 제동·조향에 큰 위험을 초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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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겨울철 혹은 기온 변화가 심한 시간대(특히 새벽, 그늘진 도로, 교량·터널 등)에서는 속도 감속, 안전거리 확보, 부드러운 조향과 제동 등 방어 운전이 권고됩니다.
예방 운전 요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ㆍ평소 대비 속도 20~30% 감속
ㆍ차간 거리 2~3배 확보
ㆍ급가속·급조향·급제동 금지
만약 미끄러짐이 발생하면 브레이크를 세게 밟기보다, 핸들을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천천히 돌려 자세를 바로잡고 엔진 브레이크를 이용해 서서히 감속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