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의 공격 위협에 대응해 숙소와 휴대전화 번호를 자주 변경하며 경호 체계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약 카르텔 관련 국가들에 대한 지상 공습을 예고하면서 양국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베네수엘라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의 정밀 타격과 특수부대 침투에 대비해 거주지와 연락처를 수시로 바꾸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 GettyimagesKorea
베네수엘라 정부 소식통은 뉴욕타임스에 "미국이 지난 9월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 군함을 배치한 이후 이런 보안 조치가 더욱 강화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마두로 대통령이 내부 배신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쿠바 출신 경호원 비율을 늘리고, 베네수엘라군 내에 쿠바 방첩 요원을 추가 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대외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습니다.
그는 예고 없이 공개 행사에 나타나고 틱톡에 영상을 올리는 등 적극적인 선전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1일에도 마두로 대통령은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정부 집회에 예고 없이 등장해 "몸이 견딜 수 있는 한 파티를 계속하자"며 일렉트로닉 음악에 맞춰 춤을 췄습니다.
그는 "베네수엘라는 평화로운 노예로 살기를 거부한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주권과 평등, 자유가 보장된 진정한 평화"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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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집회는 마두로 대통령 등장 직전 예정된 동선이 변경됐고, 저격수들이 무대 주변을 경계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의 경호 강화 움직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군사 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영국 가디언과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카리브해·동태평양 마약 단속 작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육지에서도 공습을 시작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 작전이 훨씬 수월하다"며 "우리는 그들(마약 밀매업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 그들에 대해 모든 정보를 갖고 있으며, 악인들의 거주지도 알고 있다. 우리는 이 작업(공습)을 곧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불법 마약을 반입하는 모든 국가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를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의회에서는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소속 팀 케인(버지니아), 척 슈머(뉴욕), 애덤 시프(캘리포니아) 상원의원과 공화당 소속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은 공동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공격을 감행할 경우 즉시 '전쟁권한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 / GettyimagesKorea
이들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허가 군사 행동은 우리 군인들의 생명을 불필요하게 위험에 빠뜨리는 거대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 의회에서 전쟁권한 결의안이 가결되면 국방부는 즉시 해외 군사작전 지역에서 군대를 철수시켜야 합니다.
같은 날 하원의원 3명도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적대 행위에 나서는 것을 중단하라는 결의안을 제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