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79세 억만장자 준남작(Baronet)이 자신의 아들을 낳아줄 아내를 찾는다며 공개 구혼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조건들이 일반적인 결혼 조건을 넘어서 마치 '직원 채용 공고'에 가까워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연간 9700만원의 급여를 제시하며 헬리콥터 면허까지 요구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들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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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The New York Post)에 따르면 벤자민 슬레이드 경(Sir Benjamin Slade)은 영국에서 가장 낮은 세습 작위인 '몬설 하우스의 7대 준남작'으로, 1300에이커(약 526만㎡) 규모의 영지와 두 개의 성을 소유한 인물입니다.
그는 수십 년간 아내를 찾기 위해 데이팅 앱 '틴더' 계정을 만들고, 신문 광고를 내고, TV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왔습니다.
슬레이드 경이 제시한 조건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까다롭습니다. 우선 자신보다 30~40년 어린 여성을 찾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새 차를 원하면 새 차를 사지, 낡은 고물차를 사지 않는다"는 비유를 들어 논란을 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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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조건도 세세하게 명시했습니다. 키는 167cm 이상이어야 하고, 신체 건강, 댄스 실력, 수영 능력, 체력, 지성, 사교성 등을 갖춰야 합니다. 특히 권총 면허와 운전 면허는 필수 조건이며, 헬리콥터 면허까지 있으면 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더욱 특이한 것은 그가 요구하는 전문 지식입니다. 새 신부가 그의 광대한 영지와 두 개의 성, 다양한 집안일과 재산 관리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법률과 회계 지식도 우대 조건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결혼 조건이라기보다는 전문직 채용 공고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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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이드 경의 조건에는 특이한 제외 사항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별자리가 전갈자리인 여성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구독하는 여성은 지원할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또한 이름이 알파벳 'I'로 시작하거나 국기에 초록색이 들어간 국가 출신도 그의 아내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조건들에 대한 보상으로 슬레이드 경은 연간 5만 파운드(한화 약 9,700만 원)를 제시했습니다.
그는 "아내에게 지급하는 연봉에는 대저택에서의 식사와 잠자리도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현금 흐름에 어려움이 있다며 상대 여성에게도 일정 수준의 자산이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슬레이드 경은 "9개월 치 냉동 정자를 준비해 뒀다. 이제 필요한 건 아들을 낳아줄 아내뿐"이라고 강조하며 결혼의 목적이 명확히 후계자 생산에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좋은 번식자(good breeder)"라는 표현을 사용해 더욱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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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과거 결혼 이력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슬레이드 경은 전처와 1991년 이혼했는데, 고양이 17마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고 전해집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자녀가 없었습니다.
이후 그는 미국 시인 사하라 선데이 스페인과 2021년 시험관 시술을 통해 딸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두 차례 결혼 계획을 취소했고 현재는 연락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페인은 "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그가 여전히 아기를 원한다고 말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슬레이드 경의 재정 상황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는 1772년부터 가문이 소유한 대저택을 한 호텔 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저택을 결혼식 장소로 임대해 수익을 올려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영국 현지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소적입니다. 한 누리꾼은 "준남작이면 작위 서열이 높지도 않은데 지나친 요구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슬레이드의 요구는 전반적으로 불쾌감을 준다"며 "정신이 온전한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