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플랫폼 '리디'에서 출간된 BL(Boys Love) 소설 '미친개가 호랑이를 잡는다'가 리그오브레전드를 대표하는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을 연상시키는 주인공 설정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문제가 된 작품은 19세 미만 구독불가 등급의 BL소설로, 남성 간의 동성애를 소재로 합니다. 소설의 주인공 범주환은 작품 내에서 '타이거'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며, 가상의 프로팀 '크리티릭' 소속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해당 작품 속 '타이거'는 월드 챔피언십 5회 우승을 달성한 전설적인 선수로 묘사되며, 어떤 상황에서도 팀을 승리로 이끄는 '불패의 사령관'으로 그려졌는데요.
리그오브레전드 프로 선수들의 '꿈의 무대'인 월드챔피언십에서 5회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성적을 기록한 선수는 페이커 한 명인데다, 그를 대표하는 별명 '불사대마왕'을 연상시키는 '불패 사령관' 등의 묘사가 독자들의 반발을 사기 충분한 요소가 됐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gesBank
페이커는 올해 월드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롤드컵 6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으나, 해당 소설이 연재를 시작한 지난 8월까지는 5회 우승을 기록한 상태였습니다.
더욱 논란이 된 부분은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10년 전 리핏(2연속 우승)에 성공한 후 쓰리핏(3연속 우승)에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10년 후 다시 쓰리핏에 재도전해 성공한다는 작품의 서사 구조였습니다.
페이커는 과거 SKT(T1의 전신)소속으로 2015~2016년 리핏을 거둔 뒤 2017년 쓰리핏 도전에 실패했고, 이후 T1 소속으로 2023~2024년 연속 우승을 거두며 2025년 쓰리핏에 성공했습니다.
'페이커' 이상혁 / Instagram 't1lol'
뿐만 아니라 작품 속 '월즈 쓰리핏'에 성공한 구단이 주인공의 공백으로 4승 18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두었다는 요소 역시, 페이커의 스토리와 유사한데요.
지난 2023년 페이커가 '손목 부상'으로 한 달 간 리그 경기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이, 그의 소속팀 T1은 1승 7패라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주인공의 팀 로스터가 3년간 유지됐다는 설정 역시 페이커가 소속된 T1이 지난 2022년 구성된 '제오페구케' 로스터를 3년간 지속한 점과 유사해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리디 갈무리(왼쪽), YouTube 'LCK' (오른쪽)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설 속 캐릭터 얼굴이 묘사되는 순간 현실 선수 얼굴이 떠올라서 중도 하차했다", "누가 봐도 페이커 헌정 BL 소설 아닌가", "유명 선수 인생을 공수 포지션에 얹어 19금으로 재가공한 셈" 등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작품을 집필한 이은규 작가는 "불미스러운 일로 언급되는 모 선수님과 팬분들께 사과드린다"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른 시일 내에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어 "타이거의 소속팀 '크리티릭'의 쓰리핏 설정은 올해 7~8월 작업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며, 실제 팀의 쓰리핏 달성은 제 소설 연재 이후 발생한 일"이라며 "저도 현실에서 해당 팀이 정말 쓰리핏을 달성하게 될 줄은 몰랐기에 조금 많이 당황했던 부분"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페이커' 이상혁 / Instagram 't1lol'
그러면서도 이 작가는 "리핏과 쓰리핏이 모두 동일 선수에게 반복된 사례가 e스포츠 역사상 유일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생각이 매우 짧았고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고 인정했습니다.
공식 입장문 발표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이 작가는 오늘(25일) 두 번째 입장문 내고 "저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더는 작품 속의 주인공을 특정 실존 인물의 서사와 분리해서 볼 수 없고, 이 때문에 피해를 입는 분들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책임을 느낀다"며 문제가 된 작품의 판매를 '중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작가는 이러한 결정을 "작가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문제가 된 소설이 내용 수정으로 재출간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